튀르키예 한 달 살기, 노래가사까지 번역해 주는 친구

독학으로 한국어 마스터가 된 세나의 이야기

by 가니Gani

튀르키예에서 한 달 살이를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를 잘 쓸 줄 몰라 소통이 어려웠고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동양인이 많이 없었으며

아시아 음식이나 문화 또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한 달 사는 건데, 그 정도는 괜찮지!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내가 익숙했던 문화에서 아예 동떨어진 곳에 사는 건

마음적으로 고되고 감정소모가 큰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큰 문제없이 한달살이를 잘 마친 건

세나 덕이 아주 크다.


세나는 내 펜팔친구 굴샤의 사촌언니이자

나와 함께 이스탄불 집에서 살고 있는 동고동락 메이트 중 한 명이다.

세나는 얼굴도, 구불구불한 머리카락도 너무 예쁜 데다가

특유의 애교스럽고 발랄한 성격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사랑스럽고 눈이 가는 그런 친구였다.


그녀는 튀르키예 어를 한국어로 통역해 주는

나만의 통역사이기도 했다.

어릴 때 아이돌에 푹 빠져 한국어를 독학했던 세나는

한국 콘텐츠들을 너무 보고 싶어서 자막 없이 보기 시작했고

각종 드라마, 예능, 노래를 주야장천 보고 들은 결과

지금은 거의 현지인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가족들과 모여 밥을 먹거나, 밖에서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 때면

세나는 내 옆에서 모든 말들을 한국어로 다 번역해 주었다.

그녀는 심지어 누군가의 혼잣말, 흘러나오는 노랫말까지도

나를 위해 번역해 주었는데,

그게 심리적으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세나와 함께 있으면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도, 언어로부터 오는 답답함도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번은 세나가 일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중고 카메라를 구매하려

이스탄불 시내에 나간 적이 있었다.

당시 튀르키예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불황을 겪고 있던 터라

외국인에게는 돈을 훨씬 더 많이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놀이공원을 가도 외국인의 경우 티켓값이 훨씬 비싸기도 했다.

그런 상태에서 혼자 중고 카메라 쇼핑을 갔으니,

세나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안했으랴!

쇼핑 내내 내게 메시지를 보내며 상황을 체크하던 세나는

내가 마음에 드는 카메라를 구매하려고 하자 결국 내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좀 바꿔줘!"

세나와 사장님의 길고 긴 통화 끝에 처음 가격보다 훨씬 할인된 카메라와,

공짜 SD카드, 공짜 충전기가 내 손에 들어왔다.


세나와 나는 둘이 있을 때면 한국어로만 대화를 했다.

우리는 주로 과자를 왕창 꺼내 먹으며

"주변에 왜 이렇게 결혼할 사람이 없는가"에 대한

아주 현실적인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곤 했다.

"나는 나중에 결혼도 못하고 나이 든 Teyze(이모)가 될 것 같아..

차를 예쁘게 잘 따르는지 체크하고 깐깐하게 구는

싱글 Teyze가 되면 어쩌지?"

"그럼 그냥 우리 넷이 모여서 같이 살자, 우리끼리 살면 재밌지 않을까?"

"그래, 우린 다 같이 결혼하던가 다 같이 솔로로 평생 살자! 혼자만 결혼하기는 없기다!"

우리의 대화는 늘 허무맹랑하게 끝이 났지만

나는 세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좋았다.


세월이 흘러서 각자 가정이 생기면 우리가 그때 나눈 대화가 기억날 것 같았다.

언젠가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낳고,

각자의 가족들이 만나 또 친구가 되고,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IMG_5182.JPG 내가 샀던 카메라! 소니 사이버샷이라는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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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카메라 거리. 이 거리에는 정말 많은 카메라 가게들이 있고, 중고 카메라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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