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평범했던 내가 여기선 학교퀸카?
"BTS 알아요? 블랙핑크 알아요?"
"응 알아!"
"꺄아아아~~"
굴샤와 함께 학교로 출근했던 그날
뜬금없는 한국인의 등장으로
학교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그날 나는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생각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
이른 아침, 굴샤와 함께 출근한 학교는 텅 비어있었다.
튀르키예의 학교는 한국학교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특유의 미닫이문도, 나무로 된 바닥도 없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느낌은 시설이 아주 좋은 학원 같았지만
그래도 "학교"라는 것이 주는 특유의 몽글몽글한 느낌은 여전했다.
이게 몇 년 만의 중학교인지..
괜스레 옛 생각이 나 추억에 잠기려던 찰나,
뒤에서 나를 보고 웅성거리는 학생들의 소리가 들렸다.
등교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늘, 애들이 너 보면 난리 날 거야.. 미리 각오해 둬"
교무실에서 수업 일정을 알려주던 굴샤가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이미 몇 주 전부터 내가 학교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말해뒀다고 했다.
학생들은 며칠 전부터 내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단다.
그리고, 굴샤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수업에 가기 위해 교무실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나는 블랙핑크 제니가 되었다.
내가 나오기만을 숨죽여 기다리던 학생들은
나를 보자마자 소리지르며 앞다투어 달려오기 시작했다.
"블랙핑크 닮았어요!!"
"너무 예뻐요!!!"
꺅꺅 소리치며 몰려든 학생들은 교실로 가는 내내 나를 따라다니며
나에 대한 온갖 찬사들을 늘어놓았다.
아무 노력 없이, 그저 아이돌들과 같은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나 나를 좋아해 주다니.. 완전 이득이잖아?
손 안 대고 코 푼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였던가
나는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전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사람이 되었다.
몇 년 전 튀르키예에 왔을 때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관심은 받지 못했었는데
몇 년 사이 한국 아이돌에 대한 인지도가 더 올라간 게 체감이 됐다.
학교에 오기 전, 내가 만나야 할 사춘기 10대 학생들이
혹시라도 깍쟁이처럼 굴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튀르키예 학생들은 순수하고 천진난만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다.
예쁘고 귀엽다고 칭찬해주는 학생들,
갑자기 내 앞에 불쑥 나타나서는 나를 꼭 안아주는 어린 학생들,
필기구, 인형 등 작은 선물을 주는 학생들,
나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는 학생들,
점점 불어나는 인파들로 인해 한 걸음을 뗄 수가 없을 지경이 되자
결국 굴샤는 나를 비상계단으로 대피시켰다.
비상계단은 학생들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었다.
고요한 비상계단에 서 있으니 이상하게 다리가 후들거렸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그제야 느껴졌다.
내가 그렇게 예쁜가? 싶어 괜히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한번 봤다.
한국에서는 풀메이크업을 하고 출근해도
피곤해 보인다는 소리만 들었던걸 잠시 잊었는지
거울에 비친 내가 조금 예뻐 보였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는 인생이 재밌던 적이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던 나는
앞으로 내 인생에 새로운 경험이랄 건 그다지 없을 줄 았았는데
내가 틀렸었구나 싶었다.
"살다 보면 오늘같이 재밌는 순간들을 계속 마주하겠지?"
앞으로 다가올 미래들을 막연히 떠올랐을 때
이런 기대감이 드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