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바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는 속담이 있지 않던가. 가을이 오려고 서풍이 불기 시작하면 곡식들이 놀랄 만큼 빨리 자라고 익어간다는 말인데, 엉가엄마야 말로 그 속담에 딱 맞는 일이 벌어진 여인이었다.
어디서 그런 솜씨와 실력을 배웠던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아마도 그 솜씨는 뱃속에서 타고 나온 것이었고, 분명 그 솜씨를 자랑해 볼 새도 없이 시집을 왔다가 하늘이 도운 길을 열어서 분명히 엉가엄마는 온양장에 서울포목집에 점원으로 취직이 된 것이었다.
그런데 엉가엄마가 그 포목집에서 밤새 누비옷이나 부인들이 좋아하는 긴 누비원피스 같은 걸 만들어 놓기만 하면 포목집에 잔뜩 쌓아놓은 솜이불이나 비단 이불보다는 엉가엄마가 만들어 놓은 옷들이 더 잘 팔려서 온양장에 오는 부인들이나 남자들이 줄을 서서 예약을 하고 간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기 시작했다.
덕구는 동네사람들이 온양장에 가서 그런 소문을 듣고 왔다고 하자 한걸음에 방개의 손을 잡고 온양까지 달리듯이 뛰듯이 한걸음에 가보았다. 정말 서울포목집 앞에는 엉가엄마표 옷을 예약하기 위한 손님이 정말로 줄 나래비를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돈주머니를 두둑하게 쥐고 있는 부인들도 있고, 양복을 빼입은 신사도 있고, 뚱뚱한 부인들도 꽤 서 있는 걸 보면 분명 싼 값은 아닐 텐데, 어찌하여 엉가엄마표 옷들을 입으려고 하는지 덕구도 당최 궁금했다.
덕구와 방개는 서울포목점 앞을 두리번 대면서 엉가엄마가 만들어 놓은 옷을 구경하려고 가게를 기웃거려 보니 가게 앞에 버젓이 남녀 옷 두 벌이 걸려 있는데, 가히 서울에서나 구경할 만한 색감과 감각이 있는 옷이 아닐 수 없었다.
"이보게 방개 도대체 엉가엄마를 어디서 주워왔데, 저 여인이 아무래도 시골출신이 아닌가벼."
"글씨유, 지는 원두막에서 분명 만났는디유."
"누가 저런 옷을 미친 여자가 만들었다고 본담, 아무래도 그동안 미친척한 게 아닌가 싶네 그려 허허."
"그러게유, 저렇게 갑자기 정신도 말짱해지고 옷도 보통사람이 만든 거하고는 판이하게 틀리게 만드는 걸 보문 예사사람이 아니였나봐유."
엉가엄마에 대한 소문은 시골보다는 온양시내에서 더 크게 났다. 서울에 명동에서 유명한 옷 만드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여자가 온양에 포목점에 취직을 했다는 둥 외국에서 옷 만드는 걸 공부하다가 살짝 미친 여자가 옷을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서 판다는 둥....... 별의별 소문이 소문을 타고 엉가엄마가 만든 옷을 사 입기 위해 서울포목점 앞은 날이면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 소문에 더 재미를 가하여 난 소문은 방개가 엉가엄마의 신랑이라는 소문이 돌아서 엉가엄마에 대한 궁금증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옷을 사러 오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방개를 모르면 온양장에서도 사람이 아니라 할 정도로 방개는 온양장에서도 유명한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방개는 온양장이 서는 날이면 장터를 돌면서 시골아낙네나 남자들의 짐을 날라다 주고는 장터에서 국밥이나 순댓국을 얻어먹으며 지내기도 해서 방개는 온양장에서도 장날이면 짐꾼으로 유명했는데, 그런 엉가엄마가 방개랑 살았다는 소문은 금세 온양장에 파다하게 난 것이었다.
방개와 덕구는 소문이야 어떻든 간에 엉가엄마가 돈도 잘 벌고 엉가랑 살 집도 마련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엉가엄마의 야무진 돈계산은 취직한 지 반년이 지나자마자 온양역 근처에 그래도 주택들이 그럴 듯이 서 있는 동네에다가 방 두 칸짜리 대문이 딸린 집을 한 칸 마련한 것이었다.
집들이를 하는 날 엉가엄마는 덕구네 식구모두와 방개를 초대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당에는 붉은 함박꽃이 온 집안을 환하게 불 밝히고 있었다. 예전 주인이 꽃을 좋아해서 온갖 꽃을 심어 놨다고 하는데 정말 어지간한 솜씨가 아니었던 것 같다. 한쪽으로 핀 하얀 찔레꽃도 이쁘고, 소담한 불두화도 그 집을 들어오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간히 설레게 했다.
작지만, 마당에 제대로 된 꽃밭이 있는 것을 보고 제일 부러워한 사람은 덕구의 아내였다.
그렇지 않아도 엉가엄마가 온양장에서 유명한 옷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에 맨날 흙만 만지며 농사를 거들던 덕구 아내가 한쪽으로는 부러움 반 시샘반 했었는데, 막상 그녀가 사는 단정한 집에 마당에 꽃밭까지 있는 걸 보자 덕구의 심사가 불편할 정도로 질투를 했다.
"아휴, 나도 이렇게 팔자 좀 고쳐봤으면 좋겠네. 어쩌다가 내 팔자는 남들 뒤치다꺼리만 해야 하는 팔자인지 모르겠네. 엉가엄마 너무 부러워유. 나도 좀 그 포목점에 취직 좀 시켜줘유."
"네, 아주머니, 시골에서 일하기 싫으면 저희 포목점에서 일 배워서 저랑 같이 하셔두 돼요. 그렇지 않아도 매일 일손이 달려서 사장님도 난리가 아닌데유 뭐."
덕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아내가 혹시라도 조카들을 내버려 두고 집을 나갈까 봐 은근히 겁이 났다. 아직은 자기네 얘들 둘하고 조카 둘이 집에 남아 있는터라 그녀가 만약에 코바람이 들어서 온양으로 나간다고 하면 덕구로써는 농사일도 그렇고 모든 것이 난감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엉가엄마는 정말 돈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해 겨울이 못 미쳐 서울포목점에서 나와서 온양에서 제일 번화가 거리인 역전에다 여자양장점을 낸다는 것이었다. 주로 여자들의 신식옷을 만드는 옷가게라고 하는데 엉가엄마가 언제 어떻게 그런 옷을 만드는 공부까지 한 것인지는 덕구와 방개는 알지 못했지만, 신식여자들이 입는 멋진 원피스와 투피스를 만들고 부인들이 입는 우아한 드레스도 서울옷가게 뺨치게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덕구아내가 풀방구리 드나들듯이 엉가네를 드나들면서 얻어낸 정보로는 엉가엄마는 옷감만 있으면 무슨 잡지책을 드려다 보면서 거기에 나오는 여자들이 입는 옷을 척척 재봉질로 드르륵드르륵하면 뚝딱하고 새 옷이 나오는데 덕구아내가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안목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엉가엄마 덕을 제일 많이 본 것은 덕구아내였다. 엉가엄마가 해준 원피스와 부인복인 드레스를 두벌세벌 얻어 입고 그녀가 온양시내를 가면 다들 누가 덕구아내가 촌에서 아침마다 돼지똥이나 치우는 촌부인인 줄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어 보인다고 칭찬들을 한다는 것이고, 어디서 그런 옷을 해 입었냐고 쫓아오는 부인들이 여럿이었다고 그녀도 손님을 엉가엄마에게 몇이나 소개했다고 하니 과연 엉가엄마의 돈벼락이 그냥 떨어지는 벼락이 아니었다.
엉가엄마는 어엿한 양장점에 여주인이 되어서 날이면 날마다 세련되고 우아한 자태로 자신을 변모시키는 것이 공작새 같았다. 새는 새지만 잘 날지를 못하고 어딘가에 감추어져 있다가 날개를 활짝 피고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공작새처럼 엉가엄마는 변모에 변모를 더해갔다. 그리고 엉가도 그에 맞추어 약물을 아이가 되어서 똑똑하게 자라고 있으니 엉가엄마에게 세련된 옷을 얻어 입는 덕구아내도 가끔씩 엉가엄마의 양장점에 들려서 묵은 때를 벗듯이 새 옷을 갈아입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