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바다에서 무명의 이름으로
겨우내 글을 써서 발행했다.
겨울 냉이가
마지막 봄눈이 녹은 자리에서
제 몸을 한번 더 일으킨다.
보슬보슬 흙이 만져지는 봄 언덕을 돌아다니며
지난 겨울 캐주지 못한
너의 슬픔의 자리를 이리 저리 한번 더 재켜주고,
너의 긴 뿌리 그 혈육의 정들이
조금은 부스러지고,
어그러진
곁뿌리도 한번 더 재켜준다.
서로 기대야 가문 봄날을 잘 견딜텐데
서로 마주 보아야 진달래 피면
그 꽃으로라도 지짐을 부쳐 먹을 텐데
언제 이 봄 언덕에
너와 내가 만나
익명의 바다에 떠돌던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고
겨우내 내린 눈 속에서도 저들은
봄 냉이를 잘 키웠다고
시 한편 잘 써서 마지막 끝발치는 겨울에게
발행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