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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길주 May 17. 2024

시적 단상 14.

함박꽃 예찬


멀리 달아나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그래서  오두막  근처를  자주 서성댄다.




교수님과  늦은 결혼을 한 동네 언니가

주말 마다 오는 컨테이너




그 오두막에 함박꽃이 피어서

젊어서 동생들 뒷바라지 다 하고

50 이 넘어서 재혼하는 교수님과

결혼을 한 언니를

해마다  기다려준다.



인고의 세월 뒤에

얻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아직도 사람이 못되어서

짐승인가?





병든 부모님이 힘들다고

도망갈 궁리에만

바쁘다.





한끼 식사가 보약일진대

이젠 밥짓는 일보다

아무 생각 없이

오늘은 함박꽃이나 그리며






또 도망갈 곳을 찾으련다.




이  논길 저 논길에서  서성대다 보면

하루가 가겠지.





바보처럼 살아야 하는데




욕망은 아직도 낮은 논바닥에

달팽이처럼 기어 다니고





함박꽃  같은  동네 언니는

내일이면

늙은 교수님 손을 잡고 오두막에 오겠지.


내일은 언니랑 오두막에서

다방 커피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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