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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길주 May 30. 2024

시적 단상 17.

내가 사는 여기는 어디인가?




달맞이꽃이 논뚝에 노랗게 핀 곳




둥그런 야산들이 둘러 쌓인 곳





길가에



밭뚝에




논두렁에




시냇가에




교회 앞에도 꽃들은 지천이고





한낮에 논두렁에서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제비는 내 창고 앞에

네 채나 집을 짓고 살고




집 주변엔

드럷은 잔디밭



나는 직장도 없이

소설를 쓰는데




나는

여기서 사는게 좋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도회지가  그립기도 하고




출구가 없는 인생 같기도 하고




늙고 병드신 부모님은

내가 집을 나갈까봐

은근히 겁을 내시고



집을 지을 곳을 찾지 못한

제비처럼




깨어나지 못한 알처럼




아직

부화하지 못하고

숨어 사는 사람인가?





그래도

아침마다 둥근 산을 보며




서툰 그림도 그려보고

여기 저기

사진도 찍으며



사는 곳





내가 사는  어느  시골 마을




호수가 있는 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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