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 문예지에 실린 나의 글을 읽으며 새삼 여름날의 초록빛처럼 설레이는 감정이 일었다.
'월간 에세이'는 정통 에세이를 싣는 '장르 문학잡지'다.
그런데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 6개월 정도 수필과 시, 그리고 동화, 장편소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글을 쓰던 중에 지난 3월에 '월간 에세이' 편집장님에게서 메일이 왔다.
에세이를 한편 써달라는 정중한 원고 청탁서였다. 나는 순간 메일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는 말이 맞았다. 왜냐하면 난 브런치 스토리에서 처음으로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지 사실 정식으로 에세이를 써본 적이 별로 없었던 터라 당혹스러웠던 것이였다. 20대에 시인으로 데뷔도 했고, 시집도 내봤고, 방송국에서 오랜 시간 방송작가로 다양하게 글을 써왔고, 소설가로도 데뷔를 하고 ....... 글이란 글을 이것 저것 많이 써 봤지만, 나는 내가 과연 성찰하고 생각하는 글을 쓰는 일에는 점점 자신도 없었던 터라 브런치에 내 일상을 끄적끄적 쓰고 있던 것을 가끔씩은 후회도 했었다.
그런데 정통 에세이를 싣는 '장르 문학잡지' 에서 원고 청탁을 정식으로 받고 보니 가슴이 떨리고 무얼 써야 할지 그날 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나는 내가 아침 저녁 산책을 하는 집앞에 있는 고향마을의 시냇가를 나의 일상과 연결하여 쓰기로 마음을 먹고 글에 제목을 '봄 시냇가'라고 정했다. 원고를 쓰기 위한 여러가지 고민보다는 나의 혼란스럽기도 하고 힘든 마음들을 때때로 시냇물에 씻어 내기 위해 아침, 저녁에 산책을 하는 시간들과 나의 일상들을 써내려갔다.
나는 본래 원고를 쓰는데는 워낙 급한 성격탓에 잘 다듬지를 못하고 급하게 쓰는 원고들이 대다수이다. 방송국에서 생방송 원고를 쓰던 습관도 있다보니 내 생각을 오래 갈무리하여 맑은 물을 걸러내듯이 쓰는 글을 이제는 잘 쓰질 못하는 것 같아서 정식 에세이를 쓰는 방법은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러저럭하게 글을 쓰고 나서 원고를 보내고 나니 걱정도 많이 되었지만, 편집부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원고를 재수정하지는 않고 처음 보낸 원고가 7월호에 실렸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오늘 여기에 '월간 에세이' 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책을 받고 나서의 감동 때문이였다. 나의 글은 그저 누구나가 쓸 수 있는 에세이 수준이지만, '월간 에세이' 책은 참 명품책이였다.
그 이유를 왜냐고 작가인 내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월간 에세이'에 실린 대한민국의 유명한 화가분들에 그림에 매료되어서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다가 읽었던 월간 에세이에서 나는 그림이 주는 아름다움을 가히 깨닫지 못했던 것이였다. 더구나 요즘 내가 취미로 그림 그리는 것을 시작해서 일까, 정말 글에 내용과 잘 어울리는 유명한 화가분들의 그림은 부족한 내 글을 완전히 상승시켜주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고, 다른 작가분들의 주옥같은 글도 정말 가치를 더 해주는 것 같았다.
불행하게 살았던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말년의 가난과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듯이 때때로 삶이란 자신의 자화상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나역시 가끔은 불행한 듯한 고통스러운 듯한 중년의 삶과 부모님을 모시는 어려움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가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지난 봄 내 글쓰기 작업실이였던 전원주택을 나와서 나는 부모님 집 아래층 창고에서 일주일에 3일 정도는 하루에 두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글에서는 표현 할 수 없는 어떤 희열과 기쁨을 그림에서 느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인지 '월간 에세이' 라는 문학잡지에 실린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글을 읽는 기쁨은 오랜만에 나의 가슴에 여름날 시원한 얼음 냉수 같기도 하고 맛있는 팥빙수를 아삭 아삭 씹어 먹는 것과 같이 달콤하고
상쾌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에세이라는 장르를 계속 써도 되겠구나 하는 약간의 떨리는 즐거운 자신감을 갖고 말았다.
아래의 설명은 '월간 에세이'라는 잡지를 설명한 글이다.
1987년 5월 25일 창간한 <월간에세이>는 2013, 2015~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콘텐츠잡지로 선정된 수필문예지입니다. 오랜 세월, 독자로부터 마음과 길을 구하면서 한국문학의 숨결과 함께 다양한 삶을 담아내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권의 결호 없이 문학의 힘, 수필의 향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브런치 작가님들의 아름답고 향기나는 에세이가 이렇게 좋은 잡지에 실리는 일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월간 에세이' 잡지가 이 대한민국의 문화를 이끌어 가는데 자긍심을 갖는 잡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