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조앤의 엄마를 찾아라.
조앤이 심장판막증이란 병을 앓은 지 3년이 지났다. 이제 조앤은 5살이 되었고, 그 사이 엉가는 서울에 있는 대기업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민철은 오스트리아에서 한수련이란 여대생과 연애를 한지 꽤나 오래되었다. 민철은 엉가를 잊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닿을 수 없는 인연의 끈을 새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다가오는 수련의 손을 막지 않았던 것이다. 수련이 치는 피아노 소리와 성악은 늘 외롭고 고달팠던 민철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오랫동안 외무고시에 패배했던 시간들을 고요한 호숫가에 담긴 맑고 깊은 물처럼 그를 쉬게 해 주었다. 그는 고되고 힘들었던 고아에 삶과 작은 아버지 덕구의 기대와 욕망에 부흥해 주는 삶을 사느라 자신의 목소리를 한 번도 제대로 내어 본 적이 없이 살았기에 그는 외국에서 호젓이 자신을 돌아보는 삶이 너무나 편안했다.
그러나 그는 작은 아버지 덕구에게 언제나 자신의 월급에서 일부를 떼내어 생활비를 꼬박꼬박 보내는 착한 조카였고, 자신의 업무에 뛰어난 외교관이었다. 그에게는 이제는 고향이 향수보다는 자신이 더 성장해야 할 여러 가지 능력과 배경이 좀 더 필요했다. 그때 자신의 옆에 다가온 수련이란 여자는 그의 마음을 흔드는 작은 종달새처럼 그녀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맑고 청량했다. 민철은 이제는 자신의 인생의 건반 위에 한수련이란 여자가 여자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자신의 삶의 전체를 얼마나 아름답게 연주해 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졌고, 그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것은 과거 엉가와의 순수한 사랑이 아닌 오늘을 살아야 하고 내일을 기약해 줄 수 있는 여자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민철이 엉가를 점점 잊어가던 그때 엉가는 결혼한 조승훈에 대한 복수심을 내려놓는 걸 정적인 일이 생겨버렸다. 그건 자기 딸 조앤이 심장판막증이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철희에게 들으면서 그녀의 복수에 대한 불은 한 순간에 꺼져 버린 것이었다.
철희도 방개도 아직은 조앤이 엉가의 딸이란 확증은 없었지만, 어린아이가 심각한 병을 앓기 시작하자, 바다에 낚싯대를 던지는 심정으로 엉가에게 조앤의 병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엉가는 민철이 외무고시를 패스하고 오스트리아로 떠난 것을 알고 난 후, 자신이 성공한 모습도 보여 줄 겸 조앤을 보기 위해 미국 유학 후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가 된 자신의 정체를 밝히러 온양에 내려갔을 때 그녀는 자신의 딸이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막 뛰어다니지도 잘 못하는 심각한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엉가는 조앤이 자신의 딸임을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조앤의 얼굴을 보며 엄마가 아닌 타 인척 하며 방개와 철희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엉가는 유니라는 자신의 예명도 가족들에게는 알지지를 않고 다급하게 방개에게 인사를 하고 자가용을 몰고 서울로 달렸다. 엉가는 딸 조앤을 살려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조앤의 아버지 조승훈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울로 차를 몰고 달린 것이었다. 숨쉬기도 힘들어하는 딸을 한번 가슴에 안아 보지도 못하고 엉가는 미친 듯이 차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그녀는 두려웠다. 이건 신이 자신에게 내린 형벌이란 생각 때문에 그녀는 두려움과 공포가 몰려와 엉가는 운전을 어떻게 하고 서울에 도착했는지, 자신이 사무실에 무슨 힘으로 걸어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깊은 밤 그녀가 쓰는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 책상 앞에 쓰여 있는 유니라는 이름의 명패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사무실 바닥에 주저앉아서 악을 쓰듯이 울기 시작했다. 엉가는 자신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다 무너지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