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야 한다면.
서울의 밤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서서히 밝아 오는 디자인 사무실의 창가에 서서 엉가는 마른 눈물을 닦아 냈다. 더 이상은 나오지 않는 눈물 때문에 그녀의 눈동자는 눈가에 들어붙은 소금기처럼 따가웠다. 밤새 그녀가 흘린 눈물의 양은 그녀가 일하는 그 넓은 사무실을 바다로 만들어 버릴 만큼 많았다고나 할까, 끝도 없이 솟구치는 눈물은 뜨거웠고, 딸 조앤의 심장병은 그녀에게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 주체할 수 없는 심연의 밑바닥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엉가는 자신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은 이제부터는 자신의 가면을 벗을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유니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의 디자인의 유능한 디자이너로 살아온 자신의 가면을 벗을 시간이 되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고, 딸 조앤의 친아버지인 조승훈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제는 자신이 누구였음 알려야만 했다. 그녀가 입사하던 날 회사의 면접관으로 그녀의 눈앞에 앉아 있던 조승훈을 숨긴 모든 것은 자신의 철저한 노력 덕분이었지만, 대기업의 디자인실에서 수습 디자이너부터 이제는 어엿한 직함을 가진 디자이너가 되도록 그녀는 회사의 높은 직책에 앉아서 승승장구하는 조승훈을 단 한 번도 직접 대면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대기업의 그룹에 세 번째 서열에 있는 조앤의 아버지 조승훈을 만날 때가 된 것이다. 그것은 딸 조앤을 살리기 위함보다는 딸 조앤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해 주고 싶은 강한 모성애가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를 전혀 모른 채 죽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지난밤 엉가의 눈물과 통곡의 결과이며 선택이었다. 어찌 죽어가는 자식 앞에서 조승훈이란 한 남자가 부정이란 감정을 숨길 있단 말인가. 엉가는 그렇게 조승훈을 믿고 싶었고, 그 남자가 가진 세상의 부와 권력 앞에서 자신은 당당히 딸 조앤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찾아 주어야만 한다고 강하게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