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끓어 오르던 연모는 누구더냐?
지난 여름, 그토록 기다리던 자
한낮, 풀꽃이 되어 이리 가련하게 잡초 무성한 무덤가나
호젓한 산길에 피어서 내 마음을 훔치고 달아나면
나는 또 너를 쫒아서 허전한 모퉁이 길에서
너를 마주 대하곤 한다.
가만히 너를 보고 있었더니
소소한 바람이 불어 네 입에서 말이 나오고
그 말을 자세히 들어 보니
너는 세상을 참으로 싫어하더구나.
세상의 삶은 다 쓸데가 없다고
그것은 하나의 편린이고
어찌보면 허망을 그림자 삼은 물욕의 세계라구.
하지만 그것에 매인 몸들이 바다를 향해 달리고
산을 쫒아 오르듯이 세상은 그저 목적 없이
우리를 달리게 하고 뛰어 오르다가
혼자 멀리 떨어지게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것도 아닌 네 앞에서 서 보면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주님이
내 것만 내 앞에 놓아주시고 계신것을 알게 되고
연보라빛이거나 하얀 네 꽃잎에
가난한 마음이 물들이고 나면
그때서야 지난 여름 불탔던 욕망들 내려놓고
다시 시 한줄을 잡아 보고 싶은
가을이여라.
그래서 주님이
다시 어느 누군가의 자격을 끓어 올리기 위해
어느 교회의 종탑에서 긴 줄을 잡으시고
이 가을에 다시 한번 타종을 하시면
죽었던 몸들 살아나듯
버려진 이름들,
소생할 수 없던 마음들,
살아날 수 있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