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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길주 Nov 27. 2024

시 2.

제목 :  첫눈 오는 날


          그림 ㅡ 권길주



어릴 적 엄마의 정원에는 작고 하얀 꽈리꽃이 있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주황색 열매가 달리면

입에 넣고 불면 요상한 풍선이 되는 꽈리는

어린 내 입에서 꽈르륵 꽈르륵 거리며 소리를 냈다.


어떤 껌이나 사탕보다 신기하던

꽈리의 노란 열매들이

눈송이에 붙어서 떨어지는 것처럼

오늘 내게 첫눈은 그렇게 왔다.


입을 하 벌리고 있으면

입속에서 녹아버리는 하얀 눈송이가

어린 시절 풍선껌처럼

아쉽게도 그리운 어떤 시간들을 지나며


21층 아파트 창문가를 휘몰아치며  

저 지층의 노란 잔디밭으로 떨어지면


아마도 떨어진 것은

하얀 첫 눈송이가 아닐 것이다.


내 마음속 그리운 한 끝에 놓인

시어들이나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 이름일 것이다.


그 이름에는 내가 사랑한 시인들도 있어서

그리움의 무게가 아픈 날이다.




        그림 ㅡ 권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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