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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길주 Nov 06. 2024

시. 1.

설야를 지나는 기차역에서 

기차는 그 역에서만 유독 오래 서 있었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교차하는 역

그 조그만 간이역


너와 내가 만난 기차역이였지.

별밤이 입김을 불어오고 

먼 들판에서는 눈발이 날리며 

엽서처럼 그리운 이름들이 마구 흔날리던 

역.


차창가에 서서 마지막 손흔들었던 나.


기차가 떠나려고 할 때 

어쩌면 다시는 못볼 것만 같아서


하얀 운동화 발끝이 시려도 

플랫포옴에 서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던 나.


기차는 설야의 밤을 지나가고 

어딘가에서 다시 교차되지 못한 그날의 시간들이 

잡았던 손의 체온처럼 식혀지지 않은 채


세상이 다 잠든 시간에 

거실 창가에서 

조그만 어항속에서 노니는 

열 세 마리의 작은 물고기 구피처럼 


아름다운 기억의 몸짓으로 

추억이 남긴 

먼 기적소리를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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