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는 득템

힘들면 어릴 적 친구 만나봐요.

by 권길주

목요일이면 가끔씩 고향 친구와 함께 근처를 나들이한다.

내가 고향에 와서 살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 마을에 이사를 왔다.

친구 아버지는 다 망하고 거지나 진배없이

우리 마을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래도 내 친구는 타고난 미모와 타고난 열정이 대단해서 인지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서울에서 아주 부자로 잘 살았었다.


하지만 그런 친구에게도 불행은 찾아왔고, 친구는 어쩌다가 아들을 잃고 이혼을 하고

고향 근처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동생의 햄버거 가게에서 매일 일을 하는데,

매주 목요일은 그 친구가 햄버거 가게를 쉬는 휴일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늘 시간이 없다고 인색하게 굴지만,

그 친구에게만큼은 될 수 있으면 시간을 내준다.

그렇지 않으면 친구가 3년이 넘도록 다닌다는 아들의 공원묘지가 있는

파주까지 혼자서 운전을 하고 가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네 아들에게 그만 가라고........ 너무 보고 싶을 때만 가끔씩만 가라고 한다.

그래도 친구는 내 말보다는 아들에게 끌리는 그 어미의 심정을 다 말할 수 없는지

아들 얘기만 나오면 아직도 눈물을 종종 흘린다.


어제도 친구는 수영장에 요즘 처음 다니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너랑 같이 마곡사에 가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얼른 전기밥솥에 고구마를 두 개만 쪘다.

그리고 뜨거운 고구마를 들고 그 친구의 차에 탔다.


행선지는 마곡사가 아닌 근처에 있는 영인 저수지에 카페서 커피를 마시고

영인산자연휴양림을 가는 코스로 바뀌었다.


마곡사는 우리 집에서 갈려면 두 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친구는 아직도 시골길 운전이

서투르고 아들을 잃고 공황장애가 와서 가끔씩 큰 차를 보면 무서워하기도 해서

나는 될 수 있으면 친구랑 멀리 가는 일은 삼간다.


친구는 말한다.

아들을 갑자기 사고로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견딜 수가 없어서 죽고만 싶었다고.

이혼의 아픔은 아들을 잃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런데 네가 고향에 와서 있으니 그래도 서울 보다는 이제는 고향 근처에 살고 있는 것도

괜찮은 편이라고.


내가 고향에서 아무 존재도 아닌 듯이.... 시골 아낙네처럼 살고 있어도

친구는 나 때문에 위로를 얻고 나랑 여행도 다닌다고 하니

나 역시 고향친구가 근처에 살고 있어서 득템이 아닌가 모르겠다.


고향에 오니 고향 가까이에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아산과 천안에서 한자리를 하던 못하던 친구들은 열심히들 살고 있었고,

친한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젊어서 방송작가로 살던 그 품위 내지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

고향 마을에 친구들이 아니면 잘 안 만나고 살지만,

위로가 필요한 그 친구에게는 나는 후한 목요일을 내준다.


집에 와서는 둘이서 메리골드 꽃도 한 바구니씩 따고

우리 집 밭에서 가지도 따주고, 무도 몇 개 뽑아주고, 늙은 호박도 주니

친구는 입이 쫙 벌어졌다. 거기다 더하여 들기름도 반 병을 나눠줬다.

혼자서도 밥을 좀 해 먹으라고.


친구는 아들이 갑자기 사고로 하늘나라에 가고 나서 3년 동안 밥을 거의 해 먹은 적이

없다고 했다.

입에 밥이 들어가도 아무 맛도 없고, 먹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이제는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밥도 가끔씩은 해 먹는다고 했다.


친구야 ~ ~ 힘내고 네가 좋아한다는 가지도 볶고, 싱싱한 무로 상채도 해 먹고

다음 달에는 남해에 놀러 가기로 한 거 꼭 지키자^^

나도 남해를 언제 갔는지도 모르겠거든,

네 덕분에 나도 득템 좀 하자꾸나.


우정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쌓아가는 탑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아가는 삶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도

널 위해서라면

좋은 친구가 되고 싶구나.


사실 내가 힘들때 네가 나의 위로가 된다는 것

너는 잘 모르지 .... 친구야.

그리고 감수성 풍부한 네가 날 글을 쓰게 해주는 연료처럼 내 글에 불씨가 되어

준다는 것도 너는 잘 모르지.... 고마운 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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