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순번은 지겨워
그래도 시 한 편이 있어서....
아침 9시에 출발해 10시에 대학병원 로비에 도착하니 사람이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오늘은 이 병원에서 3 과를 돌고 3개월치 약을 타야 하는 날이다.
그런데 병원 입구에 도착하면서부터 몰려오는 피로감과 숨 막히는 답답함이
온몸을 짓누르듯 는 듯했다.
맨 먼저 심장내과에 가서 순번을 기다리자니 20명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아침 먹은 것조차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서 커피를 한 잔 사서 마시며
심장내과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여동생이 왔다.
사실 엄마를 주로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사람은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은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거의 일 년이란 시간을 재활병원에서 엄마를 병간호했고,
그 덕분에 엄마는 정말 지금처럼 편마비도 없이 워커에 의지해서 조금씩은 걸으실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래서 엄마도 나보다는 여동생을 더 편안해하시고, 둘의 애착 관계는 나보다는 더 깊은 편이다.
여동생은 엄마를 3개월마다 대학 병원에 모시고 오면 순서를 어떻게 해야 빨리빨리
진료를 보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심장내과 다음에 봐야 할 신경과와 호흡기내과를 다 돌아다니며 접수를 진행했다.
다행히 심장내과보다 신경과와 호흡기내과에서 먼저 진료를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장내과에서 진료를 보고 약국에서 약을 타고나니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 지나고 있었고,
2시까지 출근하는 여동생과 급하게 점심을 나눴다.
병원 앞 식당을 가는 길도 너무 좁아서 휠체어는 언제나 불안했지만,
그리도 엄마가 좋아하는 갈비탕 집이 있어서 그 대학병원을 가면
될 수 있으면 갈비탕을 먹고 오는 게 일과 중 하나다.
대학병원에서 우리 집까지 오는데도 거의 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집에 도착하고 보니 3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여동생이 오지 않았다면 나 혼자서 아마도 순번대로 돌아다니며 진료를 했으면
저녁이 다 되어 집에 왔을게 뻔하다.
3개월 후에 다시 갈 때는 검사만 해도 다섯 가지니........
아마도 저녁에 올게 뻔하다.
생각만 해도 미리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부모님의 병간호와 나의 시골에서의 삶,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오늘도 이 하루를 위로하는 한 편의 시를 나는 대학병원 복도에서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지도 못하고
앞부분만 읽다가 사진을 찍어왔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였다.
대학병원에서 오늘도, 내일도 기나긴 순번을 기다리며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과 보호자들.... 그분들에도
이 시는 그 병원에서 늘 위로가 될 것이다.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그렇다 우리는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자리가 꽃자리가 될 줄은 잘 모른다.
우리 여동생이 엄마를 재활병원에서 일년 동안 간호하며 쓰러진 엄마를 일으켰듯이
누구든 희생하고 헌신하는 자리가 꽃자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