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쓰는 시 (연재)

10. 가을은 참 아름다웠는데 너는 왜 아직도 거기에

by 권길주

녹두빛 여름이 가고

단호박속처럼 황금이던

가을은 참 아름다웠는데

유난히 아직도 흰 머리처럼 슬프게 서 있는 너


너는 왜 아직도 거기에 있는거니

앞집에 화가 할머니가 혼자서 지팡이를 잡고

마지막 가을 길을 산책하던 며칠전에도


너는 시간의 찬란함을 잊은채

인생의 그 어수룩하고 말못할 한 페이지를 접으며

내가 어릴 적 부터 지금까지 저 조그만 논두렁에서

집앞의 냇가에서 너는 그렇게


하얀 화가 할머니 머리카락보다 더 곱게

긴 머리 풀고 나풀 나풀

빛나는 네 인생을 쓰기 위해

다 떠난 가을 앞에서 손을 흔드는 구나 .


꿈을 잊어 버린 어느 초로의 이혼의 남자가

그 앞을 허우적 거리며 지날 때도

너는 그에게 빛나는 인생이 한페이지가 아직도 남았다고

그 손을 흔들어 주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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