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간의 사랑에 눈을 뜨는 나이

요즘 아이들이 무섭다는데

by 권길주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는 대부분 누구나 아는 단편소설이다.

이성에 처음으로 눈을 뜨는 시골 소년과 서울에서 온 소녀의 사랑이야기다.


소년과 소녀는 개울가에서 처음에 만나게 된다.

서울에서 이사 온 소녀가 개울가에서 혼자 심심하게 물장난을 치고 있을 때 소년이 그 개울을 건너는 징검다리 앞에서 소녀에게 비켜달라는 말도 못 하고 한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소녀는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진다.


개울가에 하릴없이 앉아 있던 소녀가 작은 조약돌 하나에 자신의 관심을 실어서 소년 앞에 던진 것은

소녀가 자신이 세상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나타내는 징표와 같은 것으로

느껴질 만큼 그 작품에서 작은 조약돌의 의미는 컸다.


길을 비켜달라는 말도 못 하고 얼굴은 꼬질꼬질 더럽고, 옷은 나달거리는 가난한 그 소년에게

소녀는 처음으로 이성으로 향하는 어떤 감정 같은 것이 느껴지는지 그 검정 고무신을 신은 소년에게

'이 바보'하고 처음으로 조약돌을 냇물에 던지며 말을 건넨다.


희고 작은 조약돌 하나가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의 눈을 띄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오늘 교회의 어느 청년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몸이 너무 아파서 13년 이상을 의사들도 고칠 수 없다는 큰 병을 앓았었는데,

그 병을 앓으면서 자신이 가장 간절하게 기도한 제목 중에 하나는 배우자 기도였다는 것이다.


올해로 30살이라는 그 청년은 수많은 의사가 고칠 수 없다는 크나큰 병으로 누워 있으며

온몸이 너무 큰 통증으로 죽고 싶은 날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사춘기나 대학시절이 없었고,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아예 없었지만,

그 청년은 자신의 병이 다 나으면 꼭 좋은 배우자를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누구는 초등학교 때 이성 간에 사랑에 눈을 뜨는 나이이기도 하지만,

또 누구에게는 30살일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또 누군가에는 더 늦은 나이일 수도 있다는 것,

사랑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어떤 계기와 어떤 감정으로 흐르느냐는 참 중요하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에서의 사랑은 어린 소녀가 죽음의 병을 가지고 시골 할아버지 집에 와서

짧은 시간을 보내지만, 소나기가 오는 여름날의 추억을 첫사랑으로 간직하고 죽어가며

사랑이란 감정은 어린 소녀에게도 죽음에 이르기까지도 간직하고픈 마음이란 걸 깨닫게 해 준다.


오늘 만난 청년도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13년이란 세월 동안

친구들은 다 좋은 대학 가고 예쁜 여자친구 만나고 하는 동안 얼마나 혼자서 길고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래서 좋은 대학도 못 나오고, 주변에 친구도 별로 없었을 그 청년에게

하나님은 어떤 배우자를 주실까 기대한다.


누구보다 간절했을 그 청년의 배우자 기도.

그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이성에 눈을 뜨는 초등학생이나 사춘기에 요즘 아이들에게 사랑은 조금 더 순수하고

더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처럼 알퐁스 도테의 '별'처럼 그렇게 사랑이 아름답게 , 순수하게 다가온다면

요즘의 아이들을 놓고 어른들은 그다지 걱정만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런 사랑을 꿈꾸고 바라보게 하려면 그 아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과 영화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어른들의 순수한 첫사랑의 이야기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릴 때나 청소년기 그리고 청년기에 몸과 마음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학교도 못 다녔거나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한 사람들이라 해도 그들이 그 질병에서 헤어 나오면

얼마나 많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싶다.


아프다고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는다.

아무리 아파도 언젠가는 완치도 있는 법이고,

또 다 낳지 않는 병이라고 해도 그 병 때문에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13년간 아팠다는 교회 청년에게도 해금을 아름답게 켜는 놀라운 음악적 재능이 있다.

흔하지 않은 해금 연주를 그래서 우리 교인들은 가끔씩 들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신이 주신 선물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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