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라디오 오프닝을 쓸 때처럼 설렌다면

어느 소녀를 사랑하는 날에

by 권길주

주일날 교회에 일찍 도착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녀가 목양실에서 주보를 접고 있었다.

혼자서 열심히 주보를 접고 있는 그 아이를 보니 첫사랑을 하는 마음처럼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요즘 유난히 내 눈에 자꾸만 그 아이는 들어오고 내 마음을 노크하는것이 느껴진다.

핸드폰에서 얼른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어 아이의 호주머니에 넣어주고는 용돈이라며 말하고

활짝 웃고는 나오려는데 아이 눈에 눈물이 설핏 보였다.


아, 내가 실수했나?

보육원에서 사는 아이라서 혹시라도 자존감이라도 건드린건 아닌가?

아니면 몇달동안 매주 만나서 예배를 드리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내가 낮설어서 그러나?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고 나는 성전에 들어가 앉아서 숨을 고르는데

전도사님이 찬양 연습을 하느라 부르는 찬양이 울리자

내 눈에서는 한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왜, 이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난 내 눈물의 동기도 모르겠고, 그 아이의 물기가 돈 마음도 다 알수가 없었다.


다만, 방송국 일을 그만 두고 처음 주님의 길에 들어섰을때

15살 여자 중학생이 뇌암으로 2달밖에 못산다고 사형선고를 받았았던 소녀가 있었는데,

나는 그 당시 환자를 돌보는 일을 맡았었기 때문에 그 아이도 나와 한 집에서 살게 되었었다.

그런데 그 당시 난 눈을 뜨면 맨처음 드는 생각이

아! 여기가 어디지,

난 지금 모방송국에서 아침프로를 맡아서 오프닝이나 쓰고 있어야 할 시간에

왜 여기서 지금 이렇게 눈을 뜨는 것 조차 겁이 나는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 거지 하고

나의 사역지의 일들을 무척 힘이 들어 했었다.


더구나 이제 갓 15살 중학교 2학년 꿈많은 여학생인데, 저 아이가 죽으면 어쩌지 ....

이 아침에 눈을 못뜨고 혹시나 내가 깊이 잠든 새벽에라도 천국에 갔으면 어쩌지 ....

나는 아침이면 그 소녀의 방문을 여는 것이 그렇게 떨리고 겁이 났었다.


그리고 가끔씩은 새벽에 눈을 뜨고 가만히 방안에 누워 있으면,

아침에 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생방송 스튜디오만 생각이 나고, 금방 당장 암으로 고통을 받는 그 소녀의 고통이 내 고통으로는 전혀 감지가 않되는 무감각한 날들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사십대가 흘러가는 것도 두렵고, 나는 주님의 길에 내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남을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터무없는 이런 개차반 같은 인간을 어쩌자구 주님은 부르셨나 싶었고,

천방지축으로 살던 나에게 그렇게도 숭고한 일들은 맞지를 않았다.


그래도 그 어린 뇌암환자 소녀는 기어이 생명의 끈을 붙잡고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그 소녀는 어느 날 부터는 나보다 더 당차게, 힘을 내며 밥을 먹었고,

뜨게질을 하고, 그리고 밤이 늦도록 검정고시 준비를 하더니 암을 이기고 나서는

중학교과정 고등학교 과정을 다 검정고시로 치루고 대학에 당당히 합격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엿한 선교사가 되어서 아프리카 케냐에서 귀한 종이 되어 있다.

내가 어떠하든지 ..... 그때도 하나님은 일을 하셨고,

그 후로도 하나님은 내가 라디오에서 오프닝을 쓰는 작가로 살던 젊은 날을 그리워하던 말던

내 곁을 스쳐간 많은 학생들과 어린 제자들을 나보다 더 큰 성장과 성숙의 길로 이끄셨다.


사랑을 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가 있다.

그런데 사랑을 하지 않으면 별 것 아닌 병도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랑이시란 말씀의 위대함도 믿는다.


그래서 더욱 더 보육원의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길 난 간절히 바란다.

자신을 사랑하는 힘의 능력으로 자존감도 높아지고,

아름답고 위대한 꿈을 펼치는 아이들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것을 위해 우리 어른들은 항상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특별히 잘 해줄 것이 없지만, 그냥 옆에서 쓰담쓰담 해주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내 마음이 가는 그 아이를 보면 꿈이 뭘까?

마음이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내가 할 일은 그 사랑스런 소녀에게

나의 작은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것 뿐이다.


돌이켜보면 라디오에서 오프닝을 쓰던 날보다는 나의 곁에서 사랑스런 한 소녀가 죽음을 이기고

소녀에서 여대생으로 그리고 이제는 아리따운 처녀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였던가.

지나고 보면 꿈 같다. 모든 것이.

그래서 지금의 내 곁에 한 소녀도 많은 아픔이 있다 해도 그걸 이겨내는 힘이 길러지길 바라고

더 소중한 꿈을 찾은 성숙한 사람이 되길 소망, 또 소망한다.


그리고 눈이 너무 예쁜 이 소녀도 세상에서 바랄 수 없었던 꿈 같은 꿈이

그 소녀의 전 생애에서 다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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