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쓰는 시 (연재)

17. 비오는 길위에서

by 권길주

작은 물방울 하나 하나

너의 가지 끝에 매달려

매실나무에는 매실차처럼

비에 향기가 오르고


비에 젖은 약봉투를 들고

병원을 가시는 아버지의 우산 아래

나는 슬픔에 발목젖는 이 생을 빼내어보려고

발버둥을 치다 수녀처럼 설것이를 한다.


그릇을 씻고 다시 씻고

하얀 거품이 보글거릴때 마다

이 생애 건너에서 온 먼 편지처럼

어젯밤 꿈에 나를 만나러 온 어떤 종이 생각났다.


아직도 세상에 미련이 많아서

다는 가지 못한 길

그 길 위에 하루 종일 비가 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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