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서울역 노숙인 분들에게 따뜻한 두유 한잔만

다음 주에는 나도 노숙인 사역에 갈 수 있을까

by 권길주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 폭설이 내렸다.

두렵기도 한 추위에 누군들 마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까 싶다.

더구나 가족이나 지인들이 이 추위에 아프거나 일터에서 추위에 떨며 일을 하거나

밤샘이라도 한다면 얼마나 걱정이 될까 싶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심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어떤 이유에서든 집을나간 남편이 있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의 고충은 살을 에일 듯할 것 같다.


십오 년 전에 처음 인천이란 곳에서 살게 되었을 때였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목사님께서 노숙인들을 특별히 섬기는 교회로 점점 알려지면서

인천의 동암역이나 동인천역등에서 지내고 계시는 노숙인들께서 하루에 백여 명이 넘게 매일

점심 식사를 하러 왔다.

교인들이 자원하여 노숙인 섬김 사역에 동참해서 그분들에게 매일 같이 맛있는

음식을 교회 식당에서 직접 드실 수 있도록 싱싱한 고기와 온갖 영양가 있는 음식들로 섬기게되었다.

노숙인들의 대다수는 아픈 병자이거나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이고 아니면

알코올중독자들이 대다수이다.

그런 분들을 가까이에서 음식도 내드리고 그분들이 교회라는 분위기에 어색해하지 않고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올 수 있도록 섬기기 위해서는 많은 기도와 사랑이 필요한 사역이다.


나는 그 당시 환자들을 몇 명 직접 데리고 사는 사역지를 목사님께서 맡기셔서

기가 막힌 사연과 병증을 가지고 있는 몇 명의 환자를들과 함께 작은 빌라에서 그분들을

모시고 살 때였다.

그런데 본래 내 사역지의 취지는 사실 여자노숙인들을 섬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급하게 들어온 환자들로 여자노숙인분은 모셔오지를 못했는데,

어느 날 서울역에서 누군가 여자 노숙인분을 한분 모시고 왔다.

노란 보자기에 옷가지를 싸가지고 왔는데, 놀라운 건 보따리 안에 옷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하다 못해 실타래, 갖가지 이해할 수 없는 물건들로 가득할 뿐더러

몇 달인지 몇 날 인지 목욕을 못해서 냄새도 무척 심하게 났다.

그리고 몸은 심한 당뇨병으로 발가락과 발톱이 썩어서 너무 지독한 살 썩는 냄새가 나서

와 있던 환자들이 기겁할 정도였다.


내가 모시던 환자 중에는 뇌암 환자도 있었기 때문에 위생은 너무나 중요하고 감염이라도

걸리면 그 뇌암 환자는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그분은 우리 사역지에서는

며칠 계시 지를 못하고 목사님의 배려로 인천의 길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당뇨로 심해진 발가락 치료와 여러 가지 병을 다 나을 때까지 치료해 드리라는

목사님의 지침으로 그분은 정말 깨끗한 병실에 누워서 한 달 이상 당뇨로 썩어가던

발가락을 다 치료를 받게 되었다.

우리 목사님은 노숙인 분들에게 엄청난 사랑과 긍휼을 베푸시는 분이시다.

그 내용은 다 여기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노숙인 사역의 대부나 마찬가지이신 분이라서

감히 그분이 누구신지는 나 같은 자가 여기서는 밝힐 수도 없다.


암튼 우리 교회에 다녔던 사람치고 서울역에 노숙인 섬김 사역에 동참을 안 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인천의 교회에서 노숙인 사역은 중요한 사역 중에 하나였고,

지금 내가 아산에서 다니는 교회도 바로 그 인천 교회의 지교회이기 때문에

여기서 서울역이 좀 멀긴 해도 어제 우리 교회에 교인들은

이 강추위에 저녁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노숙인들을 섬기러 갔다 왔다.

나는 어제 그 노숙인 섬김 팀에 동참한다고 했지만, 눈이 너무 많이 내리기도 하고

중증환자이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가 없으면 저녁에는 이 추위에 위험한지라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가지를 못했다.


가야 할 곳을 가지 못하면 늘 마음이 불편하기 마련이다.

너무 추운 날씨에 성도분들과 목사님이 서울역까지 노숙인 분들에게 나눠줄 겨울 옷과 방한용품,

그리고 따뜻한 차와 도시락, 빵등을 챙겨서 갈려면 얼마나 짐은 무거울까.... 싶고 멀리서 차를 끌고

오신 성도들이 밤에 기차에서 내려 다시 운전을 하고 집에까지 안전하게 가야 하는데.....

난 방구석에서 혼자 이 걱정 저 걱정만 늘어놓고 있는데

밤 12에 담임목사님이 성도님들이 무사히 다 집에 잘 들어가신 것과 수고한 성도들에게 감사하다는

카톡이 교회 단톡방에 떴다.

그제야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잠을 청했는데,

중언부언 성도들과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던 짧은 시간이 그나마 내 양심의 전부였지

그분들이 혹한의 추위를 뚫고 아산에서 서울역까지 다녀오신 것을 생각하면

그저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이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신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인도의 캘커타 빈민거리에서 노숙인과 병자를 끓어 안고 기도를 하다가 그분들을 위한 집을 마련하고 매일 거기서 함께 평생을 살다가 하나님 품에 안기신 분이시다.

그런데 그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평생을 병자와 노숙인들을 위해 허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숙이고 일해왔기 때문에 고령이 된 후에는 허리가 펴지지를 않아서 심하게 허리가 구부러진 채로 사역을 해나갔는데,

테레사 수녀님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은 성경 말씀이 적혀 있다고 한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한복음 15장 12절)

오늘 아침 서울역에 다녀오신 우리 교회에 담임목사님이 어제 성도들과 서울역에 노숙인들을

섬기는 사진을 여러장 찍어서 보내오셨다.

그중에 몇장만 여기에 올린다.


누구라도 서울역을 지나갈 때 그분들께 따뜻한 두유 한 병만 사드려도 그분들이 이 추위에

생명을 붙들 힘이 생기실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추위에 길에서 떨며 갈 곳에 없는 분들이 있다면 그런 모든 분들께 이 밤에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 부어져서 잠잘 곳이 마련되고 먹을 것이 생기길 잠시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올 성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픈 병자와 노숙인들, 전쟁의 고아들과 환란 당한 자들에게

예수님이 성탄 선물을 한 아름 가지고 찾아가시길 기도하며

예수님이 보내신 천사들이 많이 많이 그런 분들에게 다가가길 또 기도하여 본다.


연말 보너스 많이 타신 분들 서울역으로 고고!!

하시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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