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구와 방개가 같이 한 집에 산지도 어느 덧 삼년이 지났다.
덕구의 조카 미자가 열다섯에 집을 나간지도 벌써 2년이 넘어 버린 것이다.
그 사이 미자의 언니인 제일 큰 조카는 열아홉이 되었고, 미자가 집을 나간 후 큰 고심을 하던 끝에
천안 옆의 모산에 방직공장에 취직을 해서 지금은 돈도 잘 벌고 공장의 야간학교에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까지 나왔다고 해서 덕구는 구정에 온 큰 조카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어린 네가 객지에서 고생이 많구나."
"괜찮아요, 작은아버지, 이 돈으로 제 동생들 중학교 기성회비도 내주시고 명절인데 소고기도 사다가
떡국도 끓이세요. 작은 엄마랑 작은 아버지 추우신데 내복도 사입으시고."
어리지만 착하고 온순한 큰 조카가 있어서 덕구랑 덕구 아내는 조카들에 대한 마음에 큰 부담감이 조금은 줄어든 느낌이라서 그 어린 조카의 손을 덕구는 놓치를 못했다.
집을 나간 미자는 이년이 넘도록 단 한통의 편지 말고는 없으니 때로는 애가 타지만 고것이 야물게 지 일을 할거라고 덕구는 내심 믿고 싶었고, 미자 언니 영자도 자기 동생을 그렇게 믿으라고 작은아버지를 다독였다.
그러나 덕구는 조카지만 여자애들이다 보니 영자랑 미자가 자기집 울타리 안에서 여자답게 곱게만 크다가
시골 부자에게 시집을 갔으면 하는 속마음이 있었다.
농사꾼인 자기로써는 시골에 땅 많은 부자가 최고지 도시에 가서 남의 집 방한귀퉁이를 얻어 놓고 세를 살거나 시답지 않은 기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당최 시골에 가난한 사람보다 더 형편없는 거지 같다는 생각도 있었던 터라 도회지 사람들 믿을 수 없어 보였던 터 였다.
그러나 영자도 이제 공장에서 돈을 벌고 도회지 맛을 조금이라도 보더니 남편감은 농사꾼은 싫다고 미리 작은
아버지에게 못을 박아 놓았다.
구정이 지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먼 들판에서 들려올때 즈음 덕구가 사는 중골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시골에 변화가 일어나 봤자지만, 성산에 허씨네 집 마루에서 몇 몇 사람들이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믿으면서 예배를 드리던 것을 없애고 동네 뒷산에 예배당을 짓기로 했다는 것이다.
교회라는 곳을 전혀 가본 적도 없었던 마을 사람들이 새 전도사가 와서 동네사람들 밭이나 논에가서 같이 김도 매주고 풀도 메주며 여러 모양으로 전도를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금새 마을 사람들이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덕구는 그 당시 마을 사람들이 기독교란 말보다는 예수교라고 하니까 자신도 예수교라고 하며 그게 도대체 무슨 교냐구 몇번은 사람들이 모여서 찬송과 기도를 하는 곳을 들여다 본 적은 있었지만, 정식 예배에는 참석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하신 전도사님이 얼마나 전도를 열심히 했는지 이 집 저 집이 예수교를 믿는 바람에 교회를
동네 뒷산 중턱에 짓기로 했다는 것였다.
어느 사이 동네에서 교인들끼리 모여서 땅도 사고 마을에 산에 나무를 뽑고, 산을 뭉개기 시작하더니 산자락에 보기 좋게 판판한 교회터를 닦아 놓았다.
그리고 교인들은 낮에는 논과 밭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흙벽돌을 지어서 교회의 건물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일꾼이 모자라서 동네에서 별로 일거리도 없는 가난한 사람 서너명이 그 일에 동원이 되었는데, 그중에 가장 가난한 집 문씨도 그 공사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덕구는 들었다.
"교회 짓는데 나가면 전도사가 품값을 많이 준다는 구만. 덕구 자네랑 방개도 좀 나가보지.
요새 일거리도 많지는 않으니께 가끔씩만 나가도 큰 돈벌이가 되는거지.
시골 살림이 뭐 현찰이 있남, 더구나 덕구 자네도 이제 면장집 머슴도 그만 두고 자네 농사만 지은다며.
방개는 엉가 엄마랑 먹고 살려면 저런 일하면 딱이지. 오래 일거리가 있는거는 아니지만,
전도사님한테 내가 얘기는 해줄터니 잠깐씩이라도 가서 일 좀 거들어봐.
교회를 빨리 지어야 한다고 전도사님이 서두르던디."
동네 이장이 와서 덕구의 집 마루에서 앉아서 아지랑이를 보면서 교회를 짓는 공사장에 나갈 것을
권했다.
"아이구, 예수교인이 아니어도 된다고 하문이야, 당장 지랑 방개랑 갈꺼구먼유."
"방개 자네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
덕구가 큰 소리로 방개에게 응수를 구하자 방개는 빙그레 웃기만 한다. 그런 일이야 당연히 좋은일지유 하는
것 처럼 웃는 그 웃음이 봄햇살에 마름버짐이 진 얼굴이지만, 한없이 푸근하다.
덕구와 방개는 힘이 좋아서 교인들이 대 환영이였다.
결핵을 앓고 있는 문씨도 와서 날품팔이를 하는데, 힘쎈 덕구와 방개라면 당연히 교회를 짓는 공사장에서 모든 동네 교인들이 얼싸 안을 판이였다.
그렇게 덕구와 방개가 교회를 짓는 일에 공사장에 나가 흙벽돌을 찍고, 나무를 캐내고, 돌을 져나르던 어느날, 교회는 이제 인근에서 볼 수 없는 가장 큰 크기의 교회로 지어지기 시작을 했다.
이백여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강단과 높은 천장 위로는 이제 지붕만 올리면 모든 공사가 끝이 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였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거리며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회가 완공이 다가오자 교인들이 마음이 급했는지 그날도 몇몇의 교인들과 동네에서 돈을 주고 산
품팔이 일꾼들이 모여 사다리를 놓고 지붕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였다.
갑자기 사달리에 지붕으로 쓰는 스레트를 한장 들고 올라가던 문씨가 높은 사다리에서 아래로 쿵하는 소리와 함께 미끌어지며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직은 마흔이 조금 넘은 나이에 문씨는 결핵을 오래 앓아서 힘이 별로 없는데다가 찟어지게 가난하게 산 지도 오래 되다 보니 애들이 다섯이나 있는 그 집에는 정말 쌀독에 쌀알이 돌아다닌 적이 없다는 소문이 자자한 집이였다.
"문씨가 떨어졌다."
외마디 비명이 여기 저기서 들리고 공사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전도사님도 서울에 부흥회에 가서 전도사님에게 공사 허락도 없이 교인들끼리 공사를 하던 날이라서 갑자기 교인들은 사색이 되어 모여 들었는데, 문씨는 뇌진탕이였는지 급사를 해버렸다.
모든 마을에 사람들이 구름떼 같이 교회 공사장으로 모여들었고, 문씨의 아내와 다섯명의 자녀들도 달려와 울고 불고 난리가 난 것이다.
"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래도 새끼들 밥한술 먹여 볼려고 폐병쟁이가 돈을 벌을려고 여길 나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래유."
"아니, 하나님이 계시문 이런 일이 워턱케 일어난데유."
"이건 하나님 탓이 아니지, 가랑비도 오는디 공사판에 사람들 불러모은 교인들 잘못이지."
동네가 하루 종일 시끄럽고 인근에까지 소문이 나서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온 인근에 까지 술렁대는 소리가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