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감

작가는 처음입니다만.

꿈꾸던 일이었습니다.

by 소이

꾸준하게 읽다 보니 쓰고 싶어 진 어느 날.

블로그 한편에 문을 걸어두고 혼자만 쓸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의 눈 신경 쓰지 않고 일기와 에세이 그 어디쯤 있는 글들을 마음껏 썼다.


어느 날은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하고 짐짝처럼 들고 다니던 감정들을,

또 어느 날은 위안이 필요해서, 혼자만 뱉어내고 지우고 싶은 것들을 썼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에는 마치 작가가 된 듯 정성 들여 글을 쓰기도 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그런데 이렇게 혼자 쓰는 글은 안 쓰는 것 보다야 낫지만 내놓을 수 있는 글로는 성장하지 못한다는 글을 책에서 보고는 없던 고민이 시작됐다. 그저 읽다 보니 쓰고 싶어 졌을 뿐인데.


욕심을 내고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조언을 들으니 내놓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블로그에 닫힌 문만 열어도 내놓는 글이 되는 거였지만,

걸러지지 않은 표현과 마음들을, 이것도 글이라고 내놓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이런 책을 봐서 숨어서 쓰는 글마저도 쓸 수가 없다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냥 글쓰기를 멈춰 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됐는데,

들어와 보니 올라와 있는 글들 중에서 꽤 와닿는 좋은 글이 많아서 브런치 매력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처럼 검증되지 않은 아마추어 중에 아마추어는 저장해둘 수 있는 글은 쓸 수 있어도 내놓을 수 있는 글은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오직 작가만이 발행할 수 있는 글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못하게 되니 하고 싶어 졌던 건가?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에서 나도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내 꿈 리스트에는 '브런치 작가 되기'가 자리하게 됐고,

글쓰기 모임을 통해 작품이 되는 글쓰기 연습을 하며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내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데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럼 지금 쓴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고 뭐란 말이야?

결국 같이 지원하게 된(먼저 합격한 동기)의 글을 보고 내 글은 유독 감정이 많이 자제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써볼까?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조금 더를 반복하다가 결국

퇴고 수준이 아닌 온통 뒤집어엎어서 글을 고치면서 이상하고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나를 드러내는 게 나쁘지 않네?'

이렇게 건강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첫 발을 떼고서야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감추고 싶은 감정까지 억지스럽게 드러내지 않아도

아주 조금씩은 괜찮다는 마음 한 방울이면

건강하게,

쓰는 이도 보는 이도 좋을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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