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감

생각 차이, 성격 차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by 소이

3월,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두근거림이 있는 달이다.

벌써 3학년이 되는 아이를 두고 언제 이렇게 컸나 다시 시간을 돌이켜보는 달 이기도 하다.


신학기가 되어 방과 후 수업에 신입생을 마주하게 되면 긴장을 멈출 수 없다.

아이들이 제시간에 다 입실을 하는지, 교실을 못 찾아서 다른 곳에 헤매고 있는 아이는 없는지.

그리고 안전하게 입실을 마치면 코로나로 인해 확인할 몇 가지들이 더 있다.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을 일일이 확인하고,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주의사항들을 설명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남학생 여학생, 계속 움직이는 아이와 주눅 들어 보이는 아이, 질문이 많은 아이와 질문이 없는 아이, 설명을 잘 이해하는 아이와 두 번 이상 설명이 필요한 아이 등등. 다양한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수업 목표에 맞게 수업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 그 이외에도 부모님의 걱정 어린 부탁 몇 가지를 챙기고 나면 방전에 가깝다.


한 교실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부대껴야 하는 학급 선생님들의 노고도 생각해보게 된다.

여하튼 방과 후는 또 다른 변수와 요구되는 능력들이 있어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 여기에 나의 내향성도 한몫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3월 2일 이후로는 신생아처럼 잘 수밖에 없었다.


신학기가 되면 낯선 환경에 아이들도, 부모님도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못할 때라 본의 아니게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스케줄을 조정에 골머리를 앓기도 하고 차분하지 못한 상태라 그렇지 싶으면서도 예상치 못하게 마음에 생채기가 날 만한 말을 듣곤 한다. 어제도 그랬다.


오래 수업을 하다 보면 절로 알게 되는 학생들의 사정이 있고, 마음을 써서 챙겨주고 싶은 아이가 있다(물론 수업은 공평하게 하지만 마음이 그렇단 이야기다). 아이가 방과 후에서 잘 적응하길 바라고 졸업 때까지 수업을 듣길 원하시는 보호자의 마음을 알기에 "선생님이 너 자격증 취득해도 못 보내줘 너를 얼마나 아끼는데~" 하며 웃으며 건넨 한마디는 사실 주눅 들어 있지 말라는 나의 응원이기도 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다른 아이가 "선생님 돈 못 벌어서 그렇게 말하는 거죠"라고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한 동안 답하지 못했다. 충격도 너무 컸고, 아이들을 계산적으로, 돈으로 바라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철없는 아이가 한 말이라 하더라도 아이의 말은 내 마음에 비수를 꽂은 것 같았다.

"선생님은 너희를 돈으로 바라본 적이 없는데, 그 말은 선생님한테 굉장한 상처가 되는 말이야."라고 밖에 대답하지 못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마침 마무리 시간이 되어갈 즈음이라 애써 상처받은 마음을 억누르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퇴실시켰다.

이런 말도 여러 번 들으면 무뎌지는 걸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고,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욕심인지는 몰라도.


아이가 한 말이라 그냥 넘기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동안 가진 나의 마음가짐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그리 충고하지 못할 것 같다.


퇴근 후.


소파밖에 안보였다.

아직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남아서 저녁상을 차려야 했는데 반찬가게에서 사 온 반찬을 꺼내는 것조차 수고롭게 느껴졌다. 그래도 오늘 저녁 햄을 구워주겠다 약속한 게 생각나서 꾸역꾸역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찬들을 꺼내고 밥을 데워 상을 차렸다.


아이가 막 돌아와 숟가락을 들었는데 문자가 왔다.

학부모였다.


무례한 부탁인지 모르고 끝내 요구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

전체의 규칙보다 개인의 손해가 먼저인 사람.

상대방의 마음에 웃으며 비수를 꽂는 사람.


그것이 아이이든, 어른이든.


또, 그게 내가 했던 행동들은 아니었는지.

수없이 자기 검열을 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기를 썼다.


조금만 더 배려하면 안 될까.

그 조금만이 내가 해야 하는 배려인 걸까?


나도 많은 배려를 받으며 여기까지 왔겠지.

빨리 꽃도 지고 파릇한 잎이 무성한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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