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감

청출어람

<달려>

by 소이

청출어람 : [ 靑出於藍 ]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라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얼음이 물 보다 차듯 멈추지 않고 면학하면 스승도 능가할 수 있다는 뜻인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성장시킨 많은 스승들을 넘어 더 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얼마 전, 살면서 처음으로 그림책 모임에 들어갔다. 잔뜩 기대하고 핑크빛을 꿈꾸며 들어갔는데, 예상 밖의 전개가 펼쳐지는 중이라 핑크빛은 아니다. 그림책이라면 몽글몽글한 그림들을 보면서 어딘가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질 거란 관념 때문에 무게감 없이 들어갔는데 함께 하는 멤버들은 그렇지가 않아 보여서다. 모두들 거리낌 없이 깊숙하게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어 놓는 것 같아서. 실은 타인의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누군가 앞 길을 터주면 쉽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낯선 발자국을 보니 어쩐지 이 길은 아닌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 나까지 발자국을 내려니 어딘가 저항감도 있고, 이 뭔 희한한 기분인가 싶은 생각에 그림책을 보는 게 힘들었다.



내가 아닌 나 '밖'의 세상을 보고 몰두하고 분석하고 알아내고 이런 것이 익숙해지면서 사실 자기 계발서 책들은 단숨에 읽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끄는 독서모임에서도 되도록 그런 자기 계발서가 아닌 '나'에 대해서 성찰해 볼 수 있는 책들을 선정한다.


그림책의 그림이 차지하는 공간만큼이나 많은 생각들이 떠다니고, 그림책방 이끎 이의 질문에 답이라도 할라치면 그 생각들의 무게에 짓눌려 책을 슬며시 덮어둔다. 그렇게 그림책 한 권을 읽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소화시키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어쩌면 아직 소화되지 않은 게 더 남았는지도 모른다)


<달려>라는 책을 읽으며 몇 장 읽고 덮어두기를 반복했지만 어쩌면 그렇게 몇 번을 열었다 덮었다를 반복했기에 시도 때도 없이 묻혀있는 생각들을 더 끄집어내지 않았을까 한다. 오래전 선생님들의 성함도 문득 떠올랐다가,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이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싶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제자였다가 스승이었다가 역할이 바뀌었다.


오늘은 "선생님도 선생님이 기억나요? 하는 갑작스러운 학생의 질문에 이제는 소식조차 모르는 지난날의 스승님들의 성함이 떠올라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요즘은 학창 시절의 스승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SNS, 시간관리, 글쓰기 등을 가르쳐 주신 분들도 스승이 될 수 있다 생각하니 옛 스승으로부터 온 아련한 감정이 어떤 싱싱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읽고, 덮어버리거나 인증 역시 하려다 말아버리거나 했지만 무의식 속을 많이도 헤집고 다녔다보다.

그림책 녀석.



난생처음 무겁고 따뜻했던 그림책 <달려>를 덮으며..

스승의 역할, 의미, 그리고 삶에 있어서 중요한 '호흡'에 대한 나름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청출어람>이라는 사장성어를 통해 앞으로 스승이 되기도 하고, 제자가 되기도 할 나의 인생이 더 빛나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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