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민감한 센서를 가진 까닭에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몇 명의 잘 맞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 잘 맞는 편이다. 그런데 딱히 성향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환경이 발달하다 보니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옷을 차려입지 않아도,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가능하기에 그동안 만나고 싶어 했던 영역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힘들 때는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으면 쉴 수 있고, 소통 사이에는 적당한 물리적 거리가 있어 오히려 관계를 그리고 만들어 나가는데 유리했던 것 같다. 물론 직접 만나서 사람 사이의 실재감을 느끼는 것도 너무 좋지만 어쨌든 예민한 사람에게 좀 더 폭넓은 인간관계의 방법이 된 것만은 분명했다.
트렌드 2023 독서모임으로 만난 회원들과 톡방에서 매일 밑줄을 공유하던 중 책의 한 챕터로 <인덱스 관계>라는 부분에 특히 공감이 돼서 내용을 공유했다. 온라인 환경에 많이 익숙해지면서 DM,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SNS상에서 소통할 일이 더 많아지고 각각의 집단마다 내가 생각하는 관계 역할 정도를 구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멀티 프로필 만으로도 상대방에 나에게 가지는 친밀감의 정도를 구분할 수 있기도 하다. 멀티 프로필에 '점'하나만 찍혀있거나, "답변이 많이 늦을 수 있음"이라고 되어있거나, "카톡 잘 안봄" 같은 글 말이다.
이제는 나도 오픈 톡방에 입장하게 되면 다섯 개의 오픈 프로필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잠시 생각하게 되는 것을 보면 이런 인덱스 관계가 이미 익숙해진 것 같다.
궁금해졌다. 나와 소통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인덱스 관계에 공감하는지, '현친'보다 친한 '인친'이 있는지.
어떤 분은 자주 소통하는 오픈 톡방 사람들을 이야기했고, 어떤 분은 독서 모임 회원들이 그렇다고 했다. 이제는 특정 그룹이 관계의 명확한 기능을 하는 것이 더 뚜렷해지나 보다.
모든 부분이 그렇듯 한 가지 면만 볼 수는 없지만 나도 요즘은 랜선 친구와 훨씬 더 자주 대화하는 것 같다. 어쩔 때는 인친이 나의 최근 모습과 생각을 더 잘 알지도 모르겠다. 신기한 일이다. 오직 텍스트로만 소통하지만 많은 부분들을 공유하게 되니까. 통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오늘도 통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독서모임에 간다.
다들 책 한 권씩 들고 컴퓨터 앞에서 모여 사는 이야기와 서로의 근황 이야기로 마음을 나눈다. 세상을 사는 방식이 이렇게 변하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