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현수는 저번에 스키장에도 갔다 오고,
호주에도 갔다 왔는데 이번 주말에는 풀빌라에 놀러 간대요.
우리는 썰매 타러 가기로 했는데 못 가죠?
그 집 엄마는 부잣집 사모님인가 봐요.
음~ 집에서 노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장기전이 된 코로나 상황에 지치기도 했고 계속 지금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 주위에서 하나 둘 주말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을 보곤 한다. "아이들이 무슨 죄야~ 그래. 조심하면서 여행도 하고 바람 쐬러 다닐 수 있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도 사람을 많이 접촉하는 일이고, 나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만에 하나 확진자로 분류되는 일이 생긴다면 심적 부담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여행을 꺼리게 됐다.
작년 여름, 호텔에서 숙박하며 생일 기분을 내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고민 끝에 일박을 하긴 했지만 그 여행이 코로나 이후 떠난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주말이면 항상 어디론가 떠나곤 했었고, 아이가 컸으니 명절 때 맞춰서 해외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었는데 꿈꾸던 계획과는 달리 주말이면 집 근처에서 외식하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는 것으로 대신한 지 오래됐다.
사는 곳이 시골이라 교육에 있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2학년이 되면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스키 강습을 받게 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멀더라도 내가 데리고 가서 다 경험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에 대충 검색해둔 키즈 수영 강습도 있었고, 스키 강습도 알아봤던 터였다.
하지만 학교 입학할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입학해서 한 번씩 들썩이는 확진자 소식에 온라인과 정상 등교를 오갔고, 잊을만하면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니 강습 같은 건 다 계획으로 끝나버렸고 지금은 어디든 안 가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만 가득하다.
답답함도 그럭저럭 적응되어 견딜만했는데 아이와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나눈 대화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아이는 점점 자라고 언제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나도 그들처럼 해야 했나 싶으면서 속상함이 밀려왔다.
외동아들이라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 다 하게 해 주고 풍족하게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네 엄마는 부잣집 사모님이고 우리는 스키장도 못 가고, 해외여행도 못 가고, 풀빌라도 못 간다고 생각했나 싶어서 다 집어치우고 당장 주말에 떠나야 되겠다는 오기가 생겼지만 결국 예약은 하지 못했다.
그런 대화들이 오갔어도 아이는 맑고 활발하다. 그래서 더 속상하다.
아이의 방학 한 달 동안 정말 아무 데도 데리고 간 곳이 없구나.
공부 계획표만 짜주고 보드게임 한번 신나게 못해줬구나.
연말에 호텔 가기로 했던 약속도 못 지켰구나.
어쩐지 코로나 때문에 부족한 엄마가 된 것만 같아서 여행 하나로 기가 죽는 하루였다.
늘 걷던 운동코스를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후련해져 속상했던 마음도 털어내 본다.
우리 가족 진짜 행복한 여행 계획 한번 세워봐야 하나 하는 마음도 다시 든다.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곳이 관광지여서 답답한 일상이라도 버틸 수 있었나 보다.
그럼 집 근처 풀빌라라도 잡아야 하나? 이제 웃음이 피식 나온다.
아이가 한마디 한 것 가지고 이렇게 까지 심각해질 건 뭐야 싶다.
그런 생각이 든 걸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나 보다.
그래, 여행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