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우리 이거 배워볼래? 이거 배워두면 나중에 쓸모 있을 것 같아!! 같이하자~"
옆에 누가 있으면 좋은 거 같이 배워보자고 곧 잘 얘기하고 손 내밀던 나였다.
장기전, 체력전인 입시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배움이 좋고 즐거워서 나는 새로운 것에 망설임이 없는 편이었다. 사람도 먹는 것도 익숙한 것을 좋아하지만 배움에서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았다.
배우고 성장하고 또 다른 기회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고, 실패에 대해서는 무겁게 생각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안되면 어때, 뭘 그렇게 손해 본다고! 상관없어."
이왕이면 좋은 결과를 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배우는 것 역시 크지 않은가!
나는 배움을 성공과 실패로만 보지 않고 실패 속에서도 쓰린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일어서는 힘을 키우면 작은 성장이라도 이루어 낼 수 있다 생각하여 도전에 가치를 두었다.
그랬던 나였는데, 어째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을수록 도전, 배움, 새로운 것들에 겁이 난다.
나이가 들면 없던 두려움도 생기는 건지, 그때는 열정 많고 겁이 없어서 뭘 몰랐던 건지 알 수가 없다.
새로운 것에 가장 막막했던 때를 떠올려보니 아이를 낳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지고 정보들을 찾아도 정답은 없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나만의 육아 철학이 있고, 기준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는 게 육아라서 여태 했던 배움과는 차원이 달랐다.
먹이고 재우는 것부터 난관인데 엄마는 아이에게 우주라고?
"내 손에 이 작은 생명체의 미래가 달렸다니!" 무서웠다.
하지만 반복하면 잘할 수 있는 다른 일들처럼 육아도 실수와 깨우침을 반복하며 길을 찾아간다.
매일 주어진 일상을 살아내는 것도 때로는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데 새로운 일은 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흔든다. 일단 무엇인가 선택을 하는데서부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예전에는 시원시원한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대부분이 심사숙고다. 꼭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들까지도.
인생 나이테가 생길 때마다 마주하는 경험과 성장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된 만큼 망설임도 생기나 보다.
"엄마~ 집에만 있지 말고 사람들도 좀 만나~! 내가 용돈 좀 드릴까?
"아유~ 됐어~ 나가봤자 별로 할 것도 없어~"
"엄마처럼 나이 들어서 영어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 몇이나 되겠어~ 엄마 그거 인스타그램에 올려보자!"
"그거 하면 해킹당하는 거 아니야? 나 그런 거 할 줄 몰라~"
말하는 것마다 손사래를 치는 친정엄마는 젊었을 때 도전을 주저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나는 엄마를 닮아서 대담하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전혀 다른 업종의 일을 하시면서도 가는 곳마다 인정받으며 성과를 냈던 엄마였다. 물론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꼭 그런 이유만으로 엄마가 프로 이직러가 됐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 엄마였는데.. 어찌 나이가 환갑을 넘으신 이후로는 하고 싶은 일을 두고 "내가 조금만 더 젊었으면 저런 일도 해보는 건데~" 하며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이 늘어났다. 아무리 내가 옆에서 응원을 해도 말이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무서움을 알 듯하면서도 모르겠다.
정말 나이가 들면 생기는 무서움이 따로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안 살 거야! 하면서도 벌써부터 조금씩 주저하는 모습이 생기는 나 자신을 보니 조금 씁쓸해진다.
어쩌면 그 무서움이 나를 지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무서움은 꼭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무서움만은 아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