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행기

서른둘과 서른넷, 그리고 네 살

by 제이



언제나 비행기 화면에 활주 경로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기내에 있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망각하기 마련이다. 체감되지 않는 속도로 지구 반대편을 향하고 있지만 믿을 수 없게 고요하게 앉아있으니까.


밤 비행기를 탔었기 때문에 이륙 직후에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막 잠이 들었을 참이었다. 이름도 발음하기 쉽지 않은 어떤 몽골의 도시를 지날 쯤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눈을 떴고, 케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고양이가 들어있는 케이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하물며 나 역시도 비행기를 탈 때마다 긴장을 하곤 하는데, 5분 동안 차 타고 동물병원 가본 적이 전부인 이 작은 고양이의 입장에선 온 세상이 무너지는 큰 일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몇 시간째 열어주지 않는 케이지와 굉장한 소음과 흔들림 때문에 잔뜩 화가 남과 동시에 무서움이 닥쳤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낮게 야옹하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었다. 내가 자고 있을 동안 케이는 이미 기내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나보다 공감능력이 좋은 챗GPT와 상담을 하며 어떻게 하면 고양이가 안정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당연히 눈물도 흘리고 있었다.


그 후로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우리 가족 모두 각자 마음속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할 때 정말 많은 친구들이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눈물이 난 적이 없었다. 고양이는 하나씩 사라지는 가구에 무언가 이상하다 생각하는 것 같았었지만, 정작 사람은 집에서 아끼는 가구가 팔려나갈 때도, 마지막에 텅 비어버린 집을 바라볼 때도, 이상하다 싶을 만큼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부모님과의 작별인사도 무던히 해내고 번거로울까 싶어 공항에도 오시지 않아도 된다 통보했다.


그랬던 우리가 몽골의 외딴 하늘 한가운데서 모두 한마음으로, 처음으로, 그제야 실감을 했다. 참아왔다는 듯 몸서리치게. 이제는 되돌리려면 또다시 많은 각오를 해야 할 것이고, 이제는 우리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출발선에 셋이 손잡고 서있구나 라는 마음으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 거대한 도시로 가서 무얼 할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다행히도, 우리 가족은 각자의 고군분투 끝에 무사히 지구 반대편의 낯선 공항에 도착했다. 새로운 집에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자마자, 고양이는 웅크린 몸을 쭉 펴내며 연신 스트레칭을 했고, 두 사람은 친구가 미리 사두었던 태국 봉지라면을 4봉이나 끓여 먹고 낮잠을 잤고, 서울을 배경으로 한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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