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결정

by lululala


순수의 결정



수백 킬로미터 지하 아득한 고온

한 줄기 빛조차 허용치 않는 수천 겹 어둠 아래

천만 번 짓눌리는 기나긴 산고 감내하며,

그 격통(激痛) 속에서 나는 태어났다


보잘것없는 탄소,

완벽한 결정의 자태 얻기까지

수억 년 침묵의 기다림 버티었다


다이아몬드


고치에서 깨어난 진화의 비상.

생명의 날개 펴고 대지 박차 오르듯

이제, 억겁의 껍질 깨고 솟구치리라


나를 깎아내는 인고의 시간도,

암흑 구덩이 파내는 고통의 기억도 없이

값싼 허울 뒤집어쓴 유리 조각

찰나의 광휘(光輝) 가져갈지라도


나는,

비록 그 이름 잃을지언정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로 남아

태초의, 순수한 빛 간직하리라







이전 10화고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