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by lululala


나무



밤새 내린 빗줄기 그치고

이른 아침,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선다


작고 야트막한 산이

말없이 품을 내어준다


숨을 고르고 멈춰 선 곳,

그곳에서 너를 다시 만난다


몇 해 전,
여린 줄기였던 너는
어느새 내 머리 위로
넓은 가지 드리운다


내 마음은 이리도 작아지는데,
너는 참 많이도 자랐구나


손을 뻗어
너의 몸통을 감싼다
차가운 껍질 아래
겹겹이 쌓인 시간이 느껴진다


혹독한 계절을 버틴 굳건함,
비바람 견딘 쓰라림은
차곡차곡 나이테 되어 쌓였겠지


보이지 않는 너의 뿌리는
대지의 온기 잃지 않으려
단단히도 그 자리 지켜왔겠지


언젠가,

다시 십 년이 흘러
내 걸음 느려지고
숨 가빠질 그날에도


너는 또 저만치 자라,

날 내려다보겠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너와 나,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너를 마주하며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마음 둘 곳 없어 허전해지는

세상살이 버거운 날,
다시 너를 찾고 싶다


너의 그늘 아래 기대앉
아무 말 없이
너와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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