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아
세상 한가운데서
껍데기 속으로 숨어버리는 나는
늘, 한참을 서성인다
잔뜩 웅크린 겁쟁이
잠든 마음을 흔드는 건
바람에 살랑이는 풀잎 하나.
하지만 나는,
그 연한 상추잎조차
조심스레 베어 삼키는 나약함,
깊이 물지도 못하는 소심함
답답하리만치 느린 걸음
보지도 못할 두 쌍 더듬이로
작은 세상 더듬는다
바스러질 껍데기 하나에
온몸 끌고 다니며
숨기고 버텨온 나날들
세상이 정한 속도에
발맞추지 못해
천천히 살아낸 날들
안식처도 없이
몸뚱이 닳아가며 버텨온
이 느림의 끝에서
비로소 나는,
나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