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by lululala


달팽이



겁이 많아

세상 한가운데서

껍데기 속으로 숨어버리는 나는

늘, 한참을 서성인다


잔뜩 웅크린 겁쟁이

잠든 마음을 흔드는 건

바람에 살랑이는 풀잎 하나.


하지만 나는,

그 연한 상추잎조차

조심스레 베어 삼키는 나약함,

깊이 물지도 못하는 소심함


답답하리만치 느린 걸음

보지도 못할 두 쌍 더듬이로

작은 세상 더듬는다


바스러질 껍데기 하나에

온몸 끌고 다니며

숨기고 버텨온 나날들


세상이 정한 속도에

발맞추지 못해

천천히 살아낸 날들


안식처도 없이

몸뚱이 닳아가며 버텨온

이 느림의 끝에서


비로소 나는,

나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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