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대소동 (ep.18)

균열과 균형 사이

by lululala


#18. 메신저 대소동


지역개발사업팀 사무실은 여느 때와 같이 모두들 각자의 업무로 분주해 보였다. 정기훈 팀장은 공청회에서 있었던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었고, 강도윤 과장은 실무적으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정원 주임은 민원 대응 문서를 정리하며 끝나지 않는 민원 업무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때 이하준 대리가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


“정원 주임님, 메신저 보셨어요? 지금 난리 났어요.”


나정원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회사 전체 메신저에 뜬 알림을 확인했다. 인재육성팀 김나영 대리가 보낸 메시지가 채팅창에 떠 있었다.


“김주연 대리님! 저 이번에 소개팅하는 거 알죠? 소개팅 때 옷은 어떻게 입는 게 좋을까요? 조금 더 귀엽게 입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차분한 게 나을까요? 아참, 그리고 결혼 준비는 잘 되고 있죠?”


나정원은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이걸 왜 전체 직원한테 보냈지?" 나정원은 순간 이해가 안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하준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인재육성팀 김나영 대리님이 메신저 잘못 보내신 것 같아요. 이거 전체 직원 채팅창에 쓰신 것 같죠? 이번 주 우리 회사 최고의 사건이 될 것 같은데요? ㅋㅋ. ”


한참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나정원은 자신이 실수한 것 마냥 당황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홍보팀 김주연 대리는 커피를 홀짝이며 자료를 검토하다가 메신저 알림이 폭발적으로 쌓이는 것을 보고 화면을 클릭했다.


“김 대리님, 소개팅 옷 얘기라니요?”


“그리고 결혼 준비라뇨?”


김주연의 눈이 커지며 메시지를 읽고는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이게 뭐야? 이거 나한테 보낸 것도 아니잖아!”


옆자리에서 박진수 주임이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이거 김나영 대리님이 회사 전체에 잘못 보낸 것 같네요. 이걸 어쩌죠. 저도 깜짝 놀랐어요. 하하.”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회사 전체가 이 사건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너나 할거 없이 앞다퉈 김나영에게 메신저를 보내며 농담을 건넸다.


“누구예요? 소개팅 상대가 회사 사람이에요?”


“김 대리님, 소개팅 잘되길 응원합니다! 파이팅!”


"소개팅 잘되면 혼자만 하지 말고 나도 부탁해요! 헤헤"


전화 통화 중이었던 김나영 대리는 자신의 실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메시지 알림이 쏟아지자,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때 휴대전화 카톡이 울렸고,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 이게 뭐야?”


그녀는 급히 김주연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주연 대리님, 지금 이게... 정말 전체 직원에게 간 거예요?”


김주연은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대답했다. “네, 나영 대리님. 다 봤어요. 빨리 어떻게 좀 하세요!”


김나영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이건 꿈일 거야. 그렇지? 그냥 꿈이겠지.”

김나영은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회사 식당은 김나영의 이야기로 활기가 넘쳤다. 김나영은 도저히 사내 식당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모두들 선약이 있다며 점심 약속도 잡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늦은 점심을 하게 됐지만 그마저도 직원들과 마주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몇몇 직원들은 그녀를 지나칠 때 일부러 웃으며 응원했다.


“김 대리님, 소개팅은 자신 있으시죠?”


“혹시 상대가 누구예요? 다음엔 저희도 초대해 주세요!”


김나영은 어쩔 줄 몰라하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얼굴은 이미 새빨개져 있었다.


그녀는 식판을 들고 조용히 한쪽 구석에 앉았지만, 지역개발사업팀의 이준혁 과장이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김 대리님, 이 정도면 사내 공지가 아니라 홍보 캠페인으로도 충분하겠어요. ‘소개팅 성공 비결: 김나영 대리의 조언’ 같은 거요.”


이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조민서 대리도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김나영을 위로했다.

“괜찮아요, 나영 대리님. 이렇게 다들 응원하는 걸 보니 분위기 좋잖아요.”


김나영은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다들 너무 좋아하시네요. 제가 민망해 죽겠어요.”




점심시간이 끝난 후, 김나영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떠올리며 메신저 창을 열었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몇 번, 그녀는 회사 전체 채팅창에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인재육성팀 김나영 대리입니다. 오전에 개인 메시지를 잘못 보내 전체 직원에게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민망하지만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메시지를 전송하고 서둘러 메신저를 닫았지만, 직원들의 장난스러운 반응이 다시 쏟아졌다.


“김 대리님, 소개팅 꼭 성공하세요! 응원합니다!”


“이 소개팅 이야기, 다음 사내 소식지에 실리나요?”


김나영은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끝났다... 이젠 회사에서 얼굴을 못 들겠어.”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농담과 웃음 속에서, 김나영은 사무실에서 슬며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녀는 팀장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했다.


“팀장님, 교육 준비할 게 있어서 오늘은 먼저 교육장에 가보겠습니다.”


팀장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교육 준비? 무슨 교육인지 모르겠지만, 잘 준비해. 아니, 소개팅 교육인가?”


김나영은 얼굴이 더 빨개지며 허둥지둥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는 웃으며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김나영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농담이야, 김나영 대리. 잘 가요. 파이팅!”


이번 메신저 소동은 회사 구석구석에 웃음과 활기를 가져다주었다. 김나영이 하루 종일 얼굴을 붉히며 보냈지만, 이 사건은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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