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걷던 골목길
낡은 가로등 불빛 아래
비어있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
나는 멈춰서서 지나간 시간을 더듬는다
나른한 오후의 창가 아래
희미하게 남은 커피향 속에서
잊었던 너의 미소가
향기를 타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나는 잊었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믿었던 것들이
어느샌가 가슴속 울림을 일으켜
네가 나를 불러 세운다
미워했던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운 온기가 되어
사랑이었다고 속삭인다
흘러가는 것은 모두
사라지는 줄 알았지만
마음속의 그림자처럼 남아
여전히 우리를 물들인다
그렇게 우리는,
흘러가지만 지워지지 않는 것들과
잊은듯해도 스며드는 것들을 품으며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