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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by lululala


마음의 창



나는 마음의 창을 조각했다

정성스레 모양을 다듬고, 색을 입혀

빈틈없이 견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창을 통해 보는 세상은

사진처럼 선명하지 않았고

풍경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나는 점점,

창을 닫는 날들이 많아졌다

커튼이 드리워진 창은 무채색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커튼 사이로 얼굴을 내민,

햇살은 더없이 따사로웠고

바람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잊었던 햇살과 바람 그대로였다



나는 언제나

내 피부에 닿는 정도로만

햇살을 느꼈고

내 감정이 허락하는 방향으로만

바람을 불게 했다



너의 목소리는 절실했지만

내가 필요한 것만 받아들였고,

진실은 눈앞에 있었으나

내게 익숙한 형태로만 조각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허상이었을까



나는 다시 거울 앞에 선다

내 안의 틀을 하나씩 해체한다

형태를 조각하지 않고

색을 덧입히지 않으며

불편한 모습 그대로를 마주한다


비로소,

햇살이 온전히 스며들고

바람이 피부로 느껴진다

진실이 흐릿함을 벗는다


나는,

처음으로 창밖에서 숨을 쉰다

세상을 다시 마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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