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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열 Sep 28. 2023

그때 그 시절11(연재)

11편 마꼬와 장닭

마꼬 친구 이름은 윤신이다. 성은 파평윤씨고 이름이 신이다.


막둥이라서 형들과 나이 차이가 있다. 이름이 한 글자이고 부르기 어려워 형들이 그냥 꼬마라 불렀다. 베리 형은 발음을 잘못 들었는지 꼬마를 뒤집어서 “마코야~ 마코야~” 그렇게 부른다. 마꼬도 중학생이 되었다. 이제 꼬마가 아니다. 그래도 이름을 안 부르고 우린 마꼬로 불렀다. 지금도 이름보다 마꼬가 더 친숙하다.


깽, 코베리, 마꼬까지 남자였으니 형평을 유지하기 위해 여자도 소개한다. 그런데 여자 별명 부르는 것은 조심해야 하고 자존심과 연결되어 동창회도 참석 하지 않을 수 있다. 만나면 욕먹을 각오로, 남녀 평등시대에서 뻥 없이 사실에 입각해 풀어 본다.


장닭은 원래 수탉을 말하는데 여기 나오는 장~닭은 암놈이다. 성이 장 씨다. 단발머리에 달리기 선수라서 동작도 빠르고 서 있는 자태와 옷 입은 맵시는 위풍당당했다. 예쁘지는 않았지만 묶은 머리에 빨간 닭 벼슬처럼 생긴 리본은 장닭처럼 귀엽기도 했다. 뒷배경도 좋았다. 장 씨 선생님 막내딸이라서 함부로 건들지도 못했다. 건들었다가는 날개를 퍼득이며 쪼아 대면 나는 바로 “깨갱”이다.


장닭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변산우체국 교환원이 된다. 검정색 전화기를 낚시 릴처럼 돌리면 우체국 교환수가 받아서 상대방 주소나 번호로 연결 해 준다. 대항리 마을 회관에 그런 전화기가 딱 한 대 있었다.


나는 외항선 기관사로 승선해서 한 달에 한 번 부산항에 입항하면 울 엄니 목소리 듣고 싶어 공중전화로 전화를 한다. 100원에 3분, 동전 5개를 넣었다. 마을이장은 방송을 한다. 


전봇대에 높이 매달린 스피커에서 “부안 땍(울 엄니), 큰아들이 배 내려 멀리 부산에서 전화 왓씅게 훗딱 뛰어와 전화 받으시요~잉~ 그란허먼 끄너징게 쎄게 오쇼” 그럼 밭에서 일하시다 말고 검정 고무신 벗어버리고 흙 묻은 맨발로 죽어라 뛰어가 받아보면 ‘뛰~ 뛰~ 뛰~’ 이미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 15분이 금방 지났다. 다음에는 10개를 넣어야겠다.


1969년경 채석강에서 무장공비 10여 명이 굴속에 침투, 저항하여 변산반도의 밤을 조명탄으로 불바다를 만든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산내면 거주자는 신체 검사서 현역 1급을 맞아도 모두 해안포 방위로 입영된다. 초딩 때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라고 수없이 반공교육 받았다. 간첩신고는 변산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강원도 산간에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했다가 무장공비한테 돌로 맞은 끔찍한 사건이 바른생활책에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에서 내려오는 허름한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을 신고했다. 군인들이 출동해 잡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외삼촌이었다. 


반공방첩 정신이 투철하고 타의 모범이 된다며 상장과 학용품을 상품으로 받기도 했다. 우등상장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국방부에서 주는 별 모양의 금색 리본이 달린 상장이다. 집안의 자랑거리라며 울 아버지 액자에 끼어 안방에 걸어 놨다.


산내면 중대본부에는 마꼬, 의이, 덕규, 재인이, 형노, 형규, 희동이, 홍만이 등 선후배 방위들이 열댓 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해안포 방위 군기와 훈련은 채석강 무장공비 사건으로 인하여 거의 해병대 수준이었다. 너무 힘들어 탈영하는 친구도 있었다. 


마꼬는 산내면 중대본부 소속으로 우체국 경비에 배치되었다. 해안 경비보다 면사무소나 우체국 배치는 행운이었다. 또한, 교환실에는 장닭이 근무했다. 마꼬와 장닭은 초·중은 같은 학교이고 고등학교 때 부안에 있는 남고, 여고로 갈라졌지만 같은 통학버스를 타고 다녔기에 거의 9년을 함께 다닌 동창이며 친구였다.


여자 친구가 있어 우체국 경비하는 게 심심하지는 않았다. 이상한 통신장비에 호기심이 있던 마꼬는 가끔 장닭이 근무하는 교환실에도 들어갔다. 중대본부와 직통 전화도 있다고 장닭한테 들었다. 


마꼬는 심한 기합과 훈련으로 평상시 고참들한테 불만이 있었다. 고참이라고 해봐야 다 알고 있는 생일이 좀 빠르거나 1년 선배들이다. 보복하려고 잔꾀를 생각한다. 직통 전화를 중대본부에 접속시켜 고참 홍만이를 혼쭐나게 할 작전이다. 마꼬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몇 번 “아~, 아~” 목청을 가다듬고 나서 대대장 성대모사로 “나 대대장인데 변산 중대본부 근무 태도가 개판이라는데 당장 분대장(홍만) 내일까지 완전무장하고 행안 대대로 복귀할 것”


전화를 받은 홍만이는 겁이 덜컹 났다. 이상한 느낌이 온다. 희동이가 전령이고 방금 돌아왔는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평시 대대장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 홍만이 다시 교환실에 역으로 대대장 전화를 확인한다. 장닭은 중대본부 직통 전화라고 마꼬한테 전화를 건내준다. 


“야 xxx야 목소리 깔면 내가 모를 줄 알고 너 마꼬지? 너 개수작 말고 빨리 중대본부로 돌아와!” 고참인 홍만이가 얄팍한 장난 전화를 알아 버렸다.겁이 덜컥 난 마꼬는 전화를 장닭한테 건네주고 교환실 위기를 슬그머니 피해버린다.


이미 알아 버렸는데 책임 회피가 되지 않는다. 마꼬는 죽을 각오를 해야 했다. 홍만이 어떤 묘령의 여자가 전화를 받아서 더 화가 났던지, 계속해서 “야 이18 xxx야, 너그덜 한 패거리지, 내가 모를 줄 알고 너 장닭 맞지??, ~@#~%&* ~18~~18” 욕을 퍼붓는다. 장닭은 수화기를 들고 영문도 모르고 계속해서 욕을 들어야만 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을 게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억울하고 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 길로 장닭이 쌈닭으로 돌변하면서 날개를 퍼득거리며 중대본부로 돌격한다. 우체국에서 중대본부까지는 비포장도로인데다가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단숨에 달려와 닭 날개를 ‘파닥파닥~~’


“어떤 개xx가 나한테 욕했어 나와 봐~` @#~%&*, 내가 잘못한게 뭐가 있다고~~, 물방위 X은 X도 아니야~”


아무 잘못이 없는 장닭이 당당하게 큰소리를 쳤다. 10여 명의 선후배 방위들이 꼬랑지를 딱 붙여 버렸다. 정말로 물방위는 줏대도 자존심도 없어 보였다. 우체국 교환원 아가씨 한 명에게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라고 하는데 아이고 쪽 팔려.


마꼬는 장난 전화 한 통으로 행안대대로 끌려가 삼청교육대에서 받던 봉(통나무) 들어 올리기와 원산폭격을 하루 종일 받고 왔다. 눈알이 번쩍번쩍 군기가 바짝 들어 왔다.


변산 중대본부 마꼬와 장닭사건은 유명해졌고 지금까지 구전으로 전해오는 것을 글로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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