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경열 Oct 04. 2023

바다 사나이 마도로스 최 (연재 2)

처녀항해

물가에 가지 말라는 할머니의 점괘를 기필코 어기고 해양 관련 대학에서 선박 면허를 취득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드디어 어릴 적 꿈인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게 된다. 선박은 운항 구역에 따라서 연해, 근해, 원양으로 나누고 선종에 따라서 어선, 상선, 군함, 여객선으로 나눈다. 어선도 어종에 따라서 참치, 멸치, 명태, 오징어, 고등어, 새우 등 수십 종으로 나눈다. 또 잡는 방법에 따라 다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참치 잡는 원양어선도 잡는 방법에 따라  낚시와 그물 두 종류가 있다. 선망 어선은 어군을 탐지하기 위해 헬리콥터도 싣고 다닌다. 화물선도 컨테이너, 유조선, LNG, 곡물, 철광석, 케미컬 등 선종이 다르다. 그러므로 대양을 운항하는 선박은 수백 종 수십만 척이 된다. 선박 운전면허도 크게 두 종류다. 항해사와 기관사다. 항해사는 선장이 되고 기관사는 기관장이 된다. 아무리 배를 오래 타더라도 기관사는 선장이 될 수 없고 항해사는 기관장이 될 수 없다.



나는 컨테이너 운반선 3등 기관사로 승선했다. 배가 가는 길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필리핀-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로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주야로 24시간 항해해서 1주일 후 싱가포르 항구에 첫 입항 한다. 제주도를 지나 동지나(동중국)해를 지났다.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배는 너울거리고 식탁 위에 컵이나 밥그릇도 왔다 갔다 한다. 비포장 산악지역을 운행하는 자동차처럼 덜컹거리고 요동을 친다. 배 멀미까지 나온다. 3일째 되는 날 비로소 멀미도 없어지고 바다는 조용해 보였다. 보이는 것은 오직 수평선과 가끔 항해하는 선박뿐이다. 어릴 적에 채석강의 낙조를 보면서 궁금했던 수평선 너머 세계가 이런 곳이었구나 하고 호기심은 풀렸지만, 이제부터 내 직업이고 내 삶의 시작이다. 파도를 가로지르는 갑판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강남 갔던 제비가 힘없이 우리 배 갑판 위에 시커멓게 떼 지어 쉬었다가 날아갔다. 가끔은 멀리 기러기도 보였다. 철새는 겨울과 여름을 우리 배 항로와 비슷하게 하늘을 날아 이동한다. 너무도 평화로운 바다였다. 레이다를 보니 필리핀을 지나 열대지역 적도에 근접하고 있다. 구름 한 점 없고 오직 푸른 하늘과 검푸른 바다가 만나는 곳, 멀리 수평선만 보인다. 적도는 태풍과 파도가 없는 곳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출과 일몰이다. 동쪽과 서쪽은 밤하늘에 별을 봐야 알 수 있다. 한 밤중에도 조용한 바다는 쿵더쿵쿵더쿵 육중한 엔진 소리뿐 항해는 계속된다. 한낮에 재수가 좋을 때 진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다가 맑아 깊은 바다까지 감상할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분수처럼 물을 품는 밍크고래나 춤추는 돌고래 떼를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음악에 맞추어 수중발레하는 것처럼 춤을 추었다. 때로는 잘 훈련된 군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돌고래는 물고기지만 머리가 좋은 포유류다.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 살기 위해서 수면 위까지 올라와야 한다. IQ는 침팬지와 비슷하여 바닷속에서 초음파로 의사소통한다. 애들은 어선인지 상선인지 구별하고 낚시와 그물을 다 알고 있어 어구로 잡을 수도 없다. 숲 속에서 호랑이 잡는 것보다 어렵다. 포경선에서 끝에 칼날이 있는 대포를 쏘아서 잡는다. 그것도 지금은 금지되어 포경선은 울산고래 박물관에 가야만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다는 고래가 춤추는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다. 산더미 같은 파도도 만날 수 있다. 특정한 항로에서 해적들을 만날 수 있다. 선박이 침몰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 수 있다. 선원들은 위험하고 폐쇄된 공간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기 때문 스트레스로 선상 난동도 발생한다. 선장은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다툼과 자연재해에 잘 대처해서 안전한 항해를 하여야 한다. 자연 앞에서는 항상 겸손하고 순리를 따라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바다와 여인 1 (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