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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열 Oct 12. 2023

해적과 말라카 해협 (연재 4)

마도로스의 체험

사랑과 추억을 뒤로하고 우리 배는 싱가포르를 출항했다. 말라카해협을 통과 벵골만을 항해하여 목적지 인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적도를 지나 북으로 2도를 지나 항해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를 출항 후 두 시간을 달렸다. 

빽빽한 선박들이 줄을 서서 항해를 한다. 중앙선은 없지만 마치 고속도로와 같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적도제를 지내지 않아서 그런지 선박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말라카 해협은 선박들이 해적에 당하여 여러 번 한국 톱 뉴스에 나왔던 지역이다. 수로는 좁고 해류는 빠르고 수심은 낮아 선박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다. 화물선과 보물선의 공동묘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해저에는 침몰된 선박이 수도 없었다. 이 항로는 위험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안전항해를 위해서 인도네시아 남쪽 호주 쪽으로 돌아서 항해를 하면 7일을 더 항해를 해야 한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고민이 아니라 필수이다. 전 세계 선박 물동량의 30%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대한민국의 원유는 90% 이 해협을 통과해야 만 된다. 한마디로 전 세계의 바닷길의 목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해상 요충지를 유럽의 강대국에서 가만 놔 둘 일이 없다. 일치 감치 포르투갈은 14세기경 대서양을 지나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을 거쳐 말라카 항을 점령하였다. 그 먼 거리를 항해하여 점령한 이유가 있다. 

말라카 항구는 중국을 비롯 아시아 전 지역에서 실크, 향료, 도자기를 총 집결 할 수 있는 내륙과 강이 뚫려 있는 입지가 좋은 항구였다. 해상 실크로드라 말할 수 있다. 사막의 오아시스 나 마찬 가지였다. 말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말라카 항은 선박의 휴식공간이 있었다.  좌초하거나 기관고장등 사고가 날 경우 수리를 할 수 있는 수리 조선소가 즐비하였다. 그런 좋은 입지조건 덕분에  14세기 이후 아시아에서 제일 큰 항구로 발돋움했다. 


작은 어촌 마을이 포르투갈 지배로 부유해졌다. 부가 있으면 권력쟁탈전이 생긴다. 끊임없이 이권에 대한 마찰이 있고 결국에는 국가 간 전쟁으로 이어진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인도, 일본 순으로 점령이 이어진다. 이런 역사가 말해 주듯 말라카 주민은 독특한 다문화를 갖고 있다.  서로 다른 강대국에 의해서 종교, 문화, 언어들도 흡수 융합이 되었다. 인종 또한 시대가 흐르면서 유럽, 인도, 일본, 중국과 현지인의 혼인관계로 원주민을 찾기 어렵다. 시대가 흐르면서 말라카는 분쟁지역으로 전략하였다. 가까운 싱가포르는 영국의 점령으로 말라카를 대신하여 발전하게 된다. 서서히 말라카의 위상은 싱가포르에 밀려 쇠퇴하게 된다. 왕성했던 해상 무역 도시는 싱가포르에 내주고 이제 인구 60만의 쓸쓸한 작은 도시로 쇠퇴하고 말았다. 조그만 관광도시로 전략하고 말았다. 2008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역으로 지정이 되었다. 

아이러닉 하게도 화려했던 도시의 어둠의 그림자 비추기 시작했다. 말라카의 작은 마을은 해적 소굴로 변해가고 있었다. 소말리아 해적은 극악 무도하여 무기를 이용하여 살해하고 선박을 피랍하고 선원을 인질로  감금하여 석방조건으로 많은 금액을 요구하였다. 이로 인해  부도나는 해운회사도 있었다. 이에 참지 못한 국제 해양경찰은 합동으로 소탕작전에 돌입하여 현재는 거의 소멸이 되었다.  대한민국도"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참여했었다. 그러나  말라카 해협은 아직도 소규모 해적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소말리아해적을 때강도라 하면 말라카 해적은 그저 좀도둑일 뿐이다. 


포루투기(포로투칼 혼혈) A 씨는 말라카 항에서 고기 잡는 어선 선장이었다.  4~5명이 탈 수 있는 소형 어선이었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바다에서 자란 한마을의 같은 동료 선후배였다. 선친은 무역회사 사장으로 잘 나가는 집안 이였으나 지금은 말라카와 함께 쇠퇴하면서 실업자가 되었다. 가세가 기울면서 A 씨도 어선 선장으로 직업 전환 하였다. 돈을 벌어 포르투갈로 귀향하고 싶어 했다. 고기도 잡으면서 침몰한 선박에 잠수하여 보물도 건져 올린 베테랑 잠수부였다. 최근에는 바다가 오염이 되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A 씨 일행은 풍랑과 바람이 있는 날은 출어를 포기하고 언덕에 올라 바다를 바라본다.  그 언덕은 한때 유명했던 세인트폴 언덕이다.  언덕의 작은 주막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세찬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한눈에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요충지역이다. 망원경도 필요 없이 한눈에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감시 가능한 곳이다.  포르투갈이 지배할 당시는 대형교회가 설치되어 사람들이 북적였다.  바로 아래 포르투갈 마을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석양의 붉은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썰렁한 폐허가 된 교회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교회주위에는 귀족의 무덤이 흉물스럽게 남아있었다. 쓰러저가는 교회벤치에 앉아 A 일행은 파이프 담배연기를 길게 내 품고 있었다. 이번 출항은 침몰한 선박에서 보물을 찾아 돈을 벌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  A일행 맞은편에는 노숙자처럼 남루한 중년한 사람이 반쯤 눈을 뜨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수염이 더부룩하고 수심이 가득 찬 중년이었다. 왼쪽 눈은 검은 안대를 차고 있었다. 자는 척하면서 처음부터 A 일행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검은 안대 K 씨는 A 일행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 나도 당신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습니다"공손하고 애절한 목소리였다. K 씨는 말을 더 이어갔다.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에서 부상을 입고 더 이상 해적질을 못하고 수배령이 되어 이곳으로 밀항하게 되었다.  숨어서 피신하면서 소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소말리아 해적은 뿔뿔이 여러 나라로 흩어져 와해되어 흔적을 찾을 수 없다. K 씨는 해적 특수 훈련까지 받은 베테랑 해적 두목이다. 한때는 소말리아에서 부귀영화를 누렸던 해적이었다. 보물을 찾는 것보다 해적질을 하는 것이 돈을 빨리 벌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가난에 허덕이던 A 씨 일행에게는 귀가 솔깃한 이야기였다. 며칠 후 이들은 합세를 하여 실행에 옮기기로 작전을 하였다. 총감독과 두목은 K 씨다. 모든 지시는 K 씨에 따르기로 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A일행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5톤급 어선이 있었고 운항가능한 항해사와 기관사 그리고 잠수부까지 있었다. 거기다가 말라카 해역의  해저와 해상 상태를 손바닥 보듯 훤히 볼 수 있는 수중 탐사자들이다. 자기들 앞마당이고 놀이터다. 그동안 고기를 잡아 번 돈으로 노후된 어선을 K 씨의 방안대로 개조하였다. 저속 디젤엔진은 고속 야마하 350마력 두대를 설치하였다. 선체는 레이다에 걸리지 않도록 특수 코팅을 하였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와 소형레이다를 장착하였다. 통신장비 인 VHF와 UHF를 설치하여 VTS(해양경찰소속 해상교통관제 시스템)에 신고하였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풍향풍속계, 수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드 등 최신 장비를 장착하였다. 어선으로 위장하기 위해서 그물과 어로장비는 기존 것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어창 깊숙한 곳에는 고기가 아니라 해적에게 필요한 흉기와 도구들로 꽉 차있었다. 화물선에 도달하여 올라갈 수 있는 히빙라인(던짐 줄)과 암벽등반용 장비도 구비하였다.  어선 영업 허가증까지 완벽하게 구비하고 실험 운전에 들어갔다. 선장 A 씨는 최신 개조된 선박을 몰고 먼바다에서 전진. 후진 시험, 급회전, 전속력 시험을 하였다. 완벽했다. 속력은 일반 상산의 3배 정도 되는 45노트이다. 이속력이면 바다에서는 날아다니는 선박이다. 어떤 선박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력이다. 자동차로 보면 시속 80km다. 준비는 다 되었다. 이제 실행만 남았다. A 씨 일행은 다시 세인트폴 언덕에 올랐다. 망원경을 보면서 타깃을 정 조준하고 있었다. 목표 선박은 화물을 많이 실어 흘수선이 내려가야 한다. 갑판과 해수면의 높이가 없어 쉽게 올라탈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하면 감옥에 갈 수 있고 무장 해군의 총에 의해서 불구가 되거나 생을 마감할 수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박이 희미하게 들어온다.  선미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한글로 된 배이름이 보인다. 선명은 장보고호(가명)다. 막 싱가포르에서 컨테이너 3000개를 선적하여 흘수선이 많이 내려가 있다. 해적선은 장보고호를 향하여 힘차게 출항하였다.


장보고호에 승선한 3등 기관사는 링링에게 편지를 쓰고 당직시간에 맞춰 엔진 컨트롤 룸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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