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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열 Oct 19. 2023

해적과 대치 (연재 6)

무서웠다

한편, 해적 K일당은 표적으로 삼은 장보고호를 계속해서 따라잡고 있었다. 대형선박들 사이 어선으로 위장한 K일당은 레이다에 잡힐 일이 없다. 해적선박을 레이다에 잡히지 않도록 FRP로 특수 코팅을 하였기 때문이다. 레이다의 모니터에 육안으로 알아보지 못하는 티끌로 하나로 나타 난다.  2~3해리 일정 거리를 두고 벌써 5시간 추격을 하고 있었다. 장보고호는 속력을 올리자 엔진부하가 올라 검은 연기가 먹구름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푸른 바다는 프로펠러에 부딪쳐 곧 하얀 에머럴드 빛이 되어 배 뒷전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하늘에는 별빛만 반짝일 뿐 칠흑 같은 밤이었다. 장보고호는 희미한 항해등만 깜박거리며 평온하게 항해하고 있었다. 3000 TEU 컨테이너 선박이다. 새벽 3시였다. 미드워치(MIDWATCH 2 항사 당직) 당직 시간(00시부터 04시)이다.  K일당은 전속력으로 45노트(80Km)로 장보고호 선미에 달라붙었다.. 회전하는 엔진 소음만 들릴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AK 자동 소총을 소지한 K일당은 히빙라인(Heaving Line 선박 접안 시 던지는 줄)을 던져 접근 후 쉽게 선미데크에 올라탈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올라가는 사람은 두목이면서 점퍼라(JUMPER)라 부른다. 성공할 경우 금액 배분도 제일 많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아니라 생존이 달려있는 사업이다. 무장경찰과 대치하면 부상이나 허 멍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점퍼는 선내곳곳의 구조를 잘 알고 있다.  

모든 철문은 굳게 잠겨 저 있다. 수밀문(Watertight door)은 파도가 처도 물한방을 들어올 수 없는 단단한 철문이다. 점퍼는 철문을 따고 선내로 진입하는 통로를 귀신처럼 알고 있다. 선박이 패선 될 때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비밀 문이다. JUMPER는 먼저 산타클로스처럼 FUNNEL TOP(연돌상부)에 수직계단을 타고 쏜살같이 올라갔다. 상부에는 기관실로 통하는 비상문이 있다. 기관실 화재 시 탈출하는 문이다. 자동으로 잠기나 점퍼 K는 쉽게 열 수 있다. 그 문을 통해서 일당 4명은 다시 수직 사다리를 내려와야 한다.  비상문을 열어 선내로 진입했다. 먼저 브리지를 기습하였다. 브리지에는 야간 당직인 2 항사와 보조 타수뿐이다.  



순식간에 흉기로 위협하여 반항을 못 하도록 입을 틀어막았다. AK자동 소총 총구는 2 항사에 조준하고 방아쇠에 손을 데고 있었다. 모든 방송과 무전은 차단하라 지시한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소총은 발사된다.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고 있었다. 숨도 크게 못 쉬었다. 


장보고호의 위치는 육상과는 200마일 떨어져 있다. 이 거리는 부산에서 제주 거리다. 구조헬기에 신고해도 1시간 이상,  주위 해군에서 구조하러 온다 해도 몇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한마디로 외딴섬이나 깊은 산속에서 통신이 두절된 고요한 마을과 같았다. 80년대 해적은 조직화되지 않아 선박납치는 못한다. 조직도 없고 처리할 능력이 안된다. 그저 좀도둑 정도다. 컨테이너 박스 내부에는 자동차, 전자제품, 섬유재품 등 수출품으로 가뜩 찼다. 몇 백억 화물을 가저갈 장비도 없고 처리할 능력이 없다. 소말리아 해적과 많이 다르다. 





K일당은 마스트키를 찾아내어 먼저 금고가 있는 캡틴 룸에 침입하였다. 선장은 배에서는 VIP대우를 받는 막강한 권한이 있지만 해적에게는 하나의 고객일 뿐이다. 반항할 힘도 무기도 없다. (80년대는 국제적으로 해적 퇴치 방안 아직 체게가 안되었다)  K일당은 방문 하나하나를 마스트키로 따고 자기 방처럼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흉기나 공포탄으로 위협했다. 


나는 말라카 해협을 벗어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잠자리에 눕는 순간에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린다. 해적들이 침입했구나 직감을 했다. 먼저 현금과 돈이 될 만 물건을 자동으로 책상 위에 얹어 놓고 손을 들고 있었었다. 첫사랑 링링이 선물해 준 수위스 산 시계, 금목걸이와 선글라스도 있었다. 책상 유리판 밑에는 링링과 함께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몇 장 펼쳐 있었다. 센토사 모래 위에서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당직 교대를 마치고 유일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매일같이 보는 사진이었다.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괴한 2명이 내 방에 침입하여 시퍼런 칼로 위협을 하였다.  오줌이  찔금거린다. 아무 생각이 없다. 목숨만 살려 주면 다 내주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몇 초 사이 책상 위에 있는 현금은 다 털어 갔다. 승선 초년생이라 현금은 별로 없었다. 괴한들은 책상 위에 링링사진을 보더니 힐끔 웃는다. K일당에게도 실낱같은 양심이 있었다. 다행히 링링의 선물은 만지작 거리더니 그대로 놓았다. K일당은 삽시간에 선박 전체를 샅샅이 훑어 갔다. 


시간은 체 30분도 안 걸렸다. 칼날처럼 예리하고 신속했다. 해적들이 떠나고 즉각 비상소집하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외양간은 튼튼하였고 빈틈이 었었다. K일당이 퇴각하고 바로 선내 방송을 하였다.   MESSROOM에 모여 피해를 조사했다. 현금과 금붙이 2만 불 정도 피해액이 조사되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천만다행인 것은 소말라야 해적처럼 항로를 변침하여 선박을 납치하는 사건은 발생 안 했다. 선장은 상황을 텔렉스로 본사에 보냈다. 다음날 "한국화물선으로 추정되는 장보고호, 말라카해협에서 해적에 피습" 저녁 9시 톱 뉴스에 나왔다.

(다음 편에는 극악 모도한 소말리아 해적으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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