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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열 Nov 01. 2023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연재 10)

캘커타항구 입항기

<꿈의 직장 9편>에 이어 계속

때는 1983년 6월이었다. 선박에서 육지로 보내는 통신수단은 텔렉스(TELEX)와 모스신호(MORSE CODE)뿐이었다. 모스신호는 점과 선을 조합하여 단어를 구성한다. 전류를 중, 단파를 이용 송, 수신한다. "돈스 돈돈 도스 돈돈" 옛날에 간첩들이 이용하는 초단파 통신 수단이었다. 선박에서 인터넷이 되고 카톡으로 화상채팅 하는 세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배 타는 직업인 해기사는 꿈의 직장이라 말했지만 한 가지 숨기고 있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 부산항을 자주 입항하는 정기선이면 몰라도 부정기선은 언제 입항할지 기약이 없다. 결혼을 앞둔 선남선녀들은 견우와 직녀가 되어야 연애가 이루어진다. 


링링이 보내 필기체 손 편지를 암호 해독하듯 해석을 마쳤다. "그립고 그립다 밝고 맑은 모습을 언제 또 볼까? 우리 앞에 태평양이 가로막혔어도 장애물은 될 수 없다" 답장을 항공우편봉투에 곱게 넣었다. 언제 링링에 손에 닿을지 날짜 계산이 안된다. 우체국에 들려 편지를 보내고 국제전화를 3분만 신청하였다. 통화료가 너무 비쌌다. 그냥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였다.


배는 인도 캘커타항구에 입항했다. 인도 상륙전에 미리 공부를 했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풍경으로 다가왔다. 4대 문명의 하나인 고대 인더스 문명이 발생하여 한때는 문명국가였다. 고대와 현대문명이 공존하고 있었다. 쓰레기장과 화장실이 공존하였다노숙자와 수행자가 공존하였다. 개, 원숭이, 소, 말 등이 인간과 공존하였다.


같은 울타리에서 함께 동물의 왕국을 체험하였다.  한국 경상남도 청도에서나 볼 수 있는 소싸움을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막다른 골목에선 스페인 투우경기를 직접 체험도 해 봤다. 인도의 소는 한국사람을 정확히 구별할 줄 안다. 몸에 품기는 냄새와 피부색으로 아는 것일까?  이방인 나를 뚫어지게 처다 보더니 달려와 소뿔로 들이받아 버린다. 나는 어릴 적 소와 들판에서 많이 놀았다. 소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차분하게 쓰다듬어 진정을 시켜 주었다. 친구가 되었다.


 말로만 듣던 갠지스 강가를 걷고 있었다. 강가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은 강아지를 많이 잡아먹었다. 단백질보충 보양식이었다. 그때 불에 태워 그을리고 털을 벗기는데 그 냄새와 같았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니 개가 아니고 시체를 태우고 있었다. 갠지스강가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사는 게 죽는 거고 죽는 게 사는 것이다.  강가에는 전국에서 죽어가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죽어서 갠지스강에 떠 내려가는 것이 소원이다.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


죽음은 고통이고 두려움이고 슬픔이다. 누구에게도 피해 갈 수 없지만 살아있을 땐 생각조차도 하기 싫다. 그러나 갠지스 강에서는 새로운 세계로 이민 가는 정도로 알고 있다. 성대하게 축제를 하고 화장을 하여 하얀 뼛가루를 갠지스강에 뿌려 준다. 일부 전소하지 않은 반쯤 탄 시체도 강물에 그냥 흘려보내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경우도 있다. 


해가 어둑해질 때 어디서 절규하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살아 있는 여자를 불구덩이에 넣어 시체와 함께 태우기 시작하였다. 시체는 자기 남편이었다.  ‘사티’라고 불리는 죽은 남편을 따라가는 종교의식이었다. 법으로 금지된 지 오래되었지만, 일부는 남아있는 악습이었다. 

                                                                                                                      <11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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