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효험
동물, 뱀에 물려 사망하자, 14세 미만 어린아이, 임신한 여자는 소각하지 않고 돌에 묵어 수장한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오는 힌두교 의례이다. 강가에는 떠밀려온 뼈들이 모래에 묻혀있었다. 물고기나 동물의 뼈인지, 사람의 뼈인지 구별이 없다. 살이 붙어있는 뼈는 강아지가 물고 다닌다. 갠지스 강물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흐르는 물로 생명수 또는 모든 병을 낫게 해 주는 청정 약수로 믿고 있다. 이 믿음이 강해선지 모르지만 인도인은 오염된 물에 목욕하고 마셔도 끄덕 없다. 이미 면역력이 생긴 것인지 정말로 효험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강물의 오염도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심각하다. 힌두인이 아닌 타 종교인이 마셨다가는 배탈이 나 병원에 바로 실려 갈지 모른다. 이 모두가 믿음의 효과이다. 인도는 향신료가 발달하였다. 유럽도 일치감치 향신료에 매혹이 되어 많은 양이 유럽으로 수출이 되었었다. 수백 종의 향신료는 부패한 음식이나 쉽게 부패할 수 있는 음식에 첨가하여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었다. 향신료 중 매운 것은 한국에 청양고추 10배도 더 맵다. 믿음과 향신료의 덕분인지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종교는 의학, 철학, 과학이 빠져들 수 있는 블랙홀과 같다. 인도인은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다. 이슬람과 기독교도 있지만 극소수이다. 불교는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서 발생했지만 1000년 후 통째로 사라지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사라진 게 아니라 힌두교에 녹아 흡수되었다. 현재 인도에서는 불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인도의 힌두교는 모든 종교를 블랙홀처럼 흡수하였다. 1000개가 넘는 종교와 공존하고 있다.
한국사람은 군중 속에 섞여 있어도 소도 알아차리고 이방인을 뿔로 받는다. 대부분 거리에 활보하는 소는 황소라고 한다. 암소는 일하러 갔다. 노숙자들도 바로 한국사람을 알아본다. 거지들은 빌린 돈 내놓으라는 듯 당당하게 요구한다. 구걸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호주머니를 뒤적이다가 간디가 그려진 1루피(약 10원)를 줬다. 소문이 났던지 떼로 몰려든다. 탁발하듯 줄을 섰다. 금방 1000루피(만원)를 털렸다. 그래도 건달들한테 털리지 않아 다행이다. 인도는 소매치기와 건달은 없어도 거지가 많다. 이유는 윤회라는 힌두 사상 때문이라 한다. 나를 도와줌으로 너에게 복이 오니 나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희한한 거지의 논리다. 죽으면 너와 내가 신분이 바뀔지 모른다는 논리이다.
1983년경 한국에서는 열대 과일을 먹어 볼 기회가 없었다. 바나나도 처음 먹어봤다. 달콤한 향기는 입에서 살살 녹았다.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과일은 처음이었다. 바나나는 원숭이도 먹고 세계에서 제일 많이 소비하는 과일 중에 하나였지만 한국에서는 수입도 생산도 안 되는 귀한 과일이었다. 인도에서는 일부 민족은 과일도, 채소도 아닌 주식으로 먹고 있다. 말려먹고 튀겨먹고 삶아 먹고 죽 끓여 먹고 , 못하는 요리가 없었다. 나는 바나나 맛에 매료도어 몇 송이를 그 자리에서 배 터질 때까지 먹었다. 그래도 탈이 없었다. 천 원(100루피)에 한 포대를 사서 짊어지고 왔다. 만원 값을 샀으면 차를 불러야 할 정도 많은 양이였다.
오래 보관해 한국에 가져가고 싶었다. 그러나 며칠만 지나면 폭삭 익어서 먹지 못한다고 선배 3 항사가 껍질을 벗겨 말리면 곶감처럼 쫄깃쫄깃하다고 알려줬다. 시골 부모님 선물로 한 바구니를 말리기 시작했다. 다음 기항지는 태국 방콕이다.
링링한테 짧은 전보가 왔다. 다음 기항지 ETA(도착예정날짜)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방콕에 여행 올 것인가? 우리 장보고호는 다음항해를 위해서 캘커타 항구가 떠나갈 듯 기적을 울리며 출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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