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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열 Nov 07. 2023

직업선호도 1위 (연재 13)

방콕항구에서

비행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이 제일위험한 순간이듯 선박도 항구에서 입출항이 제일 위험하다. 초보 운전자가 좁은 주차공간에서 외제승용차와 접촉사고 나면  몇백 견적이 나온다.

베테랑 선장도 처음 들어가는 복잡한 항로나 항구는 초보 운전자이다. 수시로 변하는 해류나 수심 때문에 촉각을 세워서 배를 움직여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몇백억의 화물과 선박 그리고 부두시설에 접촉만 하더라도 대형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유조선이라면 기름탱크에 약간의 손상이 되어 유출된다면 막을 수 없어 그대로 항구 내로 흘러 들어가 해상오염이 되어 국가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도선사 제도가 있고 강제 도선(무조건 도선사 승선)을 해야 하는 항구가 있다. 도선사는 항구 내에서 선장 대리 및 보좌 역할을 한다. 항구를 손바닥 보듯 훤히 들여다본다.

  해운회사는 경비절감 차원에서 도선사 도움 없이 선장스스로 항구접안을 요구한다. 선장이 직접 하는 자력도선(임의도선) 요구조건은 각 항구마다 다르다. 수차례 특정항구를 입출항 경력이 있는 선장은 강제도선을 면제해 준다. 도선사는 수십 년간 항해사와 선장 경력을 갖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되어야 한다. 선장 연봉도 높지만 도선사 연봉은 국내에선 10위권 내이다. 항해사의 로망은 도선사다. 

 우리 배는 도선사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방콕항에 접안했다. 항구 이름은 태국어로 176자를 줄여서 방콕이다. 세계에서 제일 긴 이름으로 기네스북에 등제되어 있다. 태국어로  천사의 도시, 위대한 도시, 영원한 보석의 도시~~~,

 1983년 8월,  방콕 입항 수속을 마치자 화물을 하역하는 부두 노동자 수십 명이 승선하여 작업 준비를 하였다. 선미 갑판에는 포장마차 개업을 하였다. 작업자들 식당이였다. 적당한 조명과 음악도 흘러나와 운치가 있었다. 졸지에  선미 갑판이 휴식공간 및 유흥주점으로 바뀌었다. 에이전트에서 싱가포르 왕링링의 편지와 전보를 전해 주었다. 장문의 편지였다. 오랜 항해에 찌든 피로가 얼음 녹듯 사르르 풀린다. 짧은 전보에는 "엄마와 힐튼호텔 도착하여 방콕 관광 중, 당직 비번 때 연락하자"는 내용이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고 싶다.  링링은 대리점에 연락하여 우리 배 도착시간에 맞추어 엄마와 여행 왔다. 선박 기관사의 정박 당직은 24시간 맞교대다. 당직을 마치고 다음날 만날 약속을 하였다. 

당직 중 선내 PETROL 하면서 MESS ROOM에 들렸는데 깜짝 놀랐다. 선배 3 항사에게 방콕의 실상을 대충은 들었지만 내 눈을 의심할 새로운 세상이 펼쳐 저 있었다. 언뜻 보기에 30여 명의 젊은 처자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귀신에 흘린 것인가 내 눈을 여러 번 의심하였다. 하얀 허벅지가 보이는 짧은 바지와 치마. 가슴이 보일듯한 민소매. 긴 머리 짧은 치마. 달라붙은 청바지, 키 큰 여자 아담한 여자등 모델 선발대회의 대기실을 연상했다. 백화점에 예쁜 여자옷을 입힌 마네킹을 진열해 놓은 것 같았다. 맘에 들면 하나씩 골르면 되는 것이었다. 마네킹은 선원들의 초이스를 대기하고 있는 직업여성들이었다. 젊고 동작 빠른 3등 항해사는 맘에 드는 여성을 골라 Room Key를 손에 쥐어주고 작업복과 안전모를 쓰고 갑판으로 달려간다. 부두 노무자들의 하역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관리하는 업무다. 업무 시간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80년대, 방콕은 관광산업이 국가 GDP의 30%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중에 SEX산업도 한몫을 하였다. 정부에서 허가하고 보호해 주는 사회단체가 있었다. 태국언어에 "샹콤"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사회, 단체라는 말이 있다. 태국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아니지만 소속을 엄청 중요시한다. 비록 매춘은 하지만 이 단체소속에서 일하면 자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치심은 느끼지 않는다. 개인의 일탈로 조직에 누를 끼치는 일도 않는다고 한다. 성병이나 피부병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정부에서 조직관리하면서 포주, 보안, 경비, 위생까지 담당한다. 도난, 폭행, 분쟁을 들어본 적이 없다. 선장이나 회사도 직업여성의 승선을 암암리 묵인해 준다. 스트레스에 쌓인 남성선원들의 복지차원인지 모른다. 1주일 이후 떠날 항구의 사랑이지만 그 기간만큼은 진심으로 커플 역할을 해 준다. 빨래, 청소, 쇼핑까지 해준다. 여행 가이드 역할도 해준다.  자기가 태어난 농촌까지 구경시켜 주면서 식구 들고 함께 태국 전통음식을 대접해 준다. 태국은 95%가 불교를 믿는다. 태국의 문화와 역사도 알 수 있다. 선원들한테는 태국보다 더 좋은 천국이 없다. 항구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자들의 직업 선호도 1위가 될 것이다. 도선사보다 더 경쟁률이 높을 것이다.


태국은 모계사회로 여성들이 산업전선에 뛰어들어야 만 했다. 가난한 농촌의 여성들이 대거 직업여성으로 진출하였다. 대한민국에서는 마약으로 취급되는 대마초를 태국 농촌에서는 제배하고 있었다. 태국은 농촌인구가 60%를 차지한다. 만약에 대마초를 정부에서 허락하고 수출까지 한다면 농촌의 수입은 10배 이상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야당 총수는 차기 대선용 공약으로 대마초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매춘은 그렇다 치고  대마초 허락은 농촌의 수입은 가시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사회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선장님이 다급하게 선내전화가 왔다. 변기가 막혀 화장실이 똥물이 막혀 냄새가 진동한고 한다.  똥통 장비인 STP (Sewage Treatment Plant 오수처리장치)가 고장이 났다. 선내에서 3등 기관사인 내 담당 장비이다. 3등 기관사가 담당해야 할 기계는  항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보일러, 에어컨, 냉동기, 오수처리장치이다. 비행기처럼 기내 똥과 오줌도 기계로 분해해서 하늘로 버리듯 선박도 똑같은 원리로 분해해서 바다에 버린다. 점검해 보니 필터와 배관이 막혔다. 천정으로 지나가는 파이프를 분해하는 순간 막혔던 똥물이 터져 나왔다. 필터에는 콘돔과 생리대로 꽉 막혀 있었다. 우웩~~ 토할 것 같았다. 


샤워를 했지만 큰일이다. 좀처럼 똥물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힐튼호텔에서 링링이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연재 1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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