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된 생활의 시작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한 날 아침이었다. 담당 간호사가 오늘 오후에 무균실로 이동해 항암치료를 시작할 예정이고 그전에 왼쪽 골반 쪽에 난 종기 제거하는 수술을 할 거라 일정을 알려줬다. 전날 중심정맥관을 삽입술로 인한 통증이 심한 상태라 겨우 몸을 일으켜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정확히 딱 세 숟갈 째 뜨고 있는데) 간호사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원래 수술 순서가 다섯 번째였는데 오늘 오후부터 항암 시작한다고 하니 순서를 당겼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지금 바로 이동해야 하니 옷 갈아입으세요.”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밥을 먹다 말고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이동 침대에 누워 외과 수술실로 이동했다.
그렇게 외과 수술실에 도착했다. 이동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수술대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극심한 통증으로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중심정맥관을 삽입한 곳은 오른쪽 쇄골 밑인데 온몸에 통증이 느껴졌다. 결국 의료진이 내 몸을 들어 시술대로 옮겼다.
납작 엎드린 상태로 오른쪽 어깨의 통증과 곧 다가올 수술의 공포로 어쩔 줄 몰라했다. 의료진들은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늘 있는 일인 것처럼 자기들끼리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어서 “마취할게요.”라는 말과 왼쪽 골반 쪽이 따끔거리며 약이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동시에 계속 눈물이 났다. 오른쪽 어깨의 통증과 더불어 농을 빼는 수술이 아프기도 했지만 이 모든 상황이 서러웠다. 나는 왜 갑자기 백혈병에 걸려서 입원을 하고,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온몸에 주삿바늘을 찌르고, 알 수 없는 검사와 시술을 하고,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 상황이 서러웠다. 엎드린 상태에서 목이 잠길 때까지 그렇게 울음을 토했다.
수술을 마치고 다시 병실로 올라와 쉬고 있는데 담당 간호사님이 바로 무균실로 이동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잠시 후 조무사님 한 분이 내 물건을 카트에 실어 갔다. 그 사이 조금 친해진 옆자리 아주머니께 짧게 인사를 하고 안내를 받아 무균실로 이동했다.
그렇게 무균실로 이동하자마자 환자복과 신발을 새로 받았다. 짐을 정리하면서 병실을 둘러봤다. 1인실에 안에 TV도 있었다. 다른 환자 없이 혼자 사용하는 공간이라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볼 때 굳이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됐다.
쾌적한 공간이었으나 창 밖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뿐더러 창을 열 수조차 없었고, 의료진을 제외하고 아무도 만날 수도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칫솔도 가장 부드러운 걸로 아침, 점심, 저녁, 저녁 이후 총 4번을 다 다른 걸 사용해야 했으며, 티슈도 먼지가 날리지 않는 지정된 티슈를 사용해야 했다. 식사 역시 멸균 식단으로 모든 음식이 익혀서 나왔다. 병실 안에서도 철저히 분리된 무균실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