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항암은 처음이지?

by 도로시의선물

관해 유도 항암. 혈액 내 암세포를 5% 미만으로 떨어트리는 것을 관해라고 한다. 관해가 잘 된다면 공고치료(일명 다지기)를 하고 조혈모세포(골수) 이식을 진행한다.


백혈병 치료는 표준화되어 관해 유도 치료에서는 시타라빈이라는 약과 디우노신이라는 두 가지 약을 사용한다. 시타라빈은 24시간 동안 7일, 디우노신은 30분 동안 3일을 맞는다. 항암 스케줄에 이어 항암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구토, 설사, 변비, 탈모 등등 다양한 항암 부작용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 가볍게 지나갈 수도 혹은 심하게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무균실에 들어와 항암치료에 관한 설문을 듣고 바로 첫 항암이 시작되었다. 전날 심은 중심정맥관(일명 C-line)을 통해 약을 연결했다. 약이 들어갈 때는 몸에 큰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 수액을 맞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곧 깨달았다. 약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식사로 호박죽이 나왔다. 나름 병원 내 특식이어서 신청을 했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호박죽 냄새가 역하게 느껴지면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뚜껑을 닫고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했다.


약 한 시간 정도 지나 울렁거리는 게 괜찮아진 것 같아 다시 호박죽을 먹기 위해 뚜껑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냄새를 맡자마자 속이 또 울렁거려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붙잡고 계속 토를 했다. 항암 부작용으로 냄새에 민감해지고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담당 간호사는 구토 증상이 더 심해지면 화장실까지 가기도 어려울 수 있으니 위생팩을 옆에 대비해 두고 거기에 토를 하라며 치우는 건 본인들이 하겠다고 했다. 후각이 극도로 예민해져 음식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되면서 그나마 냄새가 덜 나는 끓인 누룽지와 보리차만 조금씩 먹으며 며칠을 버텼다.


항암약이 들어가자마자 부작용이 나타나니 걱정이 되었다. 이 과정을 견딜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되었다. 무균실에 들어온 지 한 3일이 되었을까? 어느 날 새벽 옆 병실에서 소동이 났다. “oo 님 눈 뜨셔야 해요! 눈 감으시면 안 돼요!”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간호사의 소리에 이어 바깥문이 열리고 다른 의료진들이 급하게 들어오는 소리, 삑삑거리는 기계 소리가 적막을 깨고 들려왔다.


옆 병실에 있는 환자에 대한 걱정과 동시에 나에게도 저런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올라왔다. 문을 열고 나가보고 싶었지만 나갈 수 없었다. 아침에 간호사에게 물어보자 다행히 상황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마음을 지키기 위해 틈틈이 말씀을 묵상했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이 병은 죽을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요 하나님의 아들이 이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게 하려 함이라 하시더라 요한복음 11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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