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항암은 처음이지? 2

항암부작용: 변비, 설사, 피부발진, 탈모

by 도로시의선물

항암 부작용으로 속이 울렁거려 끓인 누룽지와 보리차만 며칠을 먹다 보니 변비가 생겼다. 4-5일 정도 화장실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속이 불편함을 느껴 담당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변비약을 처방받았다. 처방받은 약이 효과가 좋았는지 아니면 또 다른 항암 부작용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약을 먹자마자 이번에는 설사가 시작되었다. 이러다가 이전에 장염으로 고생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가뜩이나 음식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려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설사를 하니 이틀 사이에 2-3kg가 빠졌다. 밤에 자다가도 배에서 신호가 오면 화장실을 가느라 깨다 보니 진이 다 빠져 어느 날은 낮잠을 오래 자는 날 보고 간호사님이 “박예슬 님 그냥 피곤해서 자는 거죠?? 어디 아프신 거 아니죠??”라고 확인하고 가는 일도 있었다.


이러다 멈추겠지 생각했는데 일주일, 열흘이 되도록 설사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자 덜컥 무서웠다. 간호사에게 “선생님 다른 환자들도 다 이런 거예요? 아니면 저만 이런 거예요?"라고 물어봤다.

내 질문에 담당 간호사는 웃으면서

“예슬 님 정도면 양호한 거예요! 진짜 심한 분들은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변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기저귀 차고 생활하고 그래요.”라고 하셨고 이어서

“그리고 그런 상태가 된다고 해도 저희가 다 케어해 줄 거고, 그 상태가 평생 그러는 게 아니고 약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러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대답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또 평생 그러는 게 아니라는 그 말에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균실에서 생활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매일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 채혈을 하고 6시쯤 외과 선생님이 왼쪽 골반 쪽 종기 제거한 부분을 소독하러 왔다. 사실 항암치료도 항암치료지만 소독할 때 너무 아파서 매번 비명을 질렀다.

보통 다른 과(엑스레이 촬영이라던가)에서 협진으로 무균실로 올 때 “몇 시에 갈게요.”라고 말을 하고 오는데 외과 선생님들은 새벽에 “지금 갈게요.”라고 말하고 병실로 올라와 내가 비명을 지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거칠게 소독을 하고 갔다. 매일 소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은 이틀정도 지나 간호사님께 소독하기 전에 진통제를 놔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진통제가 들어가기도 전에 외과 선생님이 병실에 도착하셔서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5일째 설사로 고통받고 있는 중 허벅지 안쪽과 팔에 빨갛게 피부 발진이 올라왔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피부에 옷이 닿을 때마다 무척이나 간지러워 긁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었다. 더불어 미열이 며칠째 계속 나는 상태라 혹시나 모를 균 검사를 하기 위해 중심정맥관을 삽입했음에도 양쪽 팔에서 채혈했다. 오심, 구토, 설사, 변비, 피부발진, 열 등 항암을 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온갖 부작용이 다 나타났다. 피부 발진은 다행히 처방된 연고를 바르자 가라앉았다.


항암약이 다 들어가고 열흘 정도 지날 무렵 항암 부작용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탈모가 시작되었다. 머리를 쓸어 넘길 때마다 손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왔다. 그러기를 2-3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머리카락이 계속 빠졌다. 돌돌이로 밀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간호사님께 “선생님 저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하자 간호사님은 “지금 밀까요?”라고 하셨다. 아직 빡빡이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내일 밀겠다고 말씀드렸다.

머리카락이 빠질 거라는 건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우울하고 슬펐다기보다 그냥 머리카락만 빠지는 게 어디냐 예쁜 가발을 사서 이 기회에 해보지 못했던 스타일을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점심 식사를 하고 무균실 화장실에서 바닥에 비닐을 깔고 간호사님 두 분이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어주셨다. 머리카락을 다 자른 후 바닥에 쌓인 머리카락을 보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잠시 하고 거울을 봤다가 깜짝 놀랐다. 남동생과 너무 똑같은 모습의 내가 있었다. 한때 동생이 삭발로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그 모습과 닮아있었다. 가족 카톡 방에 사진을 올리자 다들 이렇게까지 닮은 줄 몰랐는데 똑같다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카락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라니까 우울해하지 말자고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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