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31. 노년의 포트폴리오

명랑부자할머니

by Mira

노인의 얼굴과 자세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비친다.

어떤 얼굴은 외로움과 지침이 묻어나고, 어떤 얼굴은 온화함과 기품을 풍긴다.


윤여정 배우, 문숙, 논나 밀라 같은 분들의 얼굴을 보면 인생을 잘 살아낸 여인의 향기가 전해진다. 그분들의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많은 메시지를 받는다. 저렇게 나이 들 수 있다면, 나이 듦이 두렵지만은 않다.


젊을 때는 방황조차 낭만처럼 용인된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서도 길을 찾지 못한다면, 보는 사람의 마음엔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 기반, 관계, 커리어가 단단한 사람은 표정에서도 여유와 편안함이 드러난다. 당당한 자세와 강단 있는 눈빛은 저절로 배어난다. 반대로 비굴한 몸짓이 몸에 배어 있다면, 아무 말 없이도 얼굴에서 불편한 기운이 나온다.


젊을 때는 외모의 미추가 크게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내면의 힘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톡스와 레이저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얼굴이다.


나는 의학적 도움을 전혀 받지 않겠다는 주의는 아니다. 오래된 집을 돌보듯 적당한 손질은 필요하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이보다 건강해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예순, 일흔이 넘어도 내 안의 펑키함, 질서를 깨뜨리며 쾌감을 느끼는 기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건강하고 우아한 에너지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노년의 슬로건은 ‘명랑 부자 할머니’.

명랑소녀 캔디처럼 외롭고 슬퍼도 울지 않는, 낙천적인 할머니로 살고 싶다. 평생 우울과 싸워왔으니, 남은 시간은 명랑하게 살고 싶다. 거기에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이 더 자라나는 구조를 마련해 두고 싶다.


운동

그러기 위해 매일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아침에는 잠이 깨면 무조건 샤워를 하고 모발상태에 맞는 샴푸를 사용한다. 염색을 하고 나면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샴푸, 좀 영양을 주어햐 할 때면 헤어팩을 한다. 피부만큼이나 모발도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정성껏 관리한다.

휴식이 필요한 날은 주기적으로 헤어 클리닉을 받으면서 뇌를 쉬게 한다. 머리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한 모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아낌없이 하는 건, 몸을 돌보는 것이 곧 내면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울에 빠져 의욕을 잃으니, 헤어케어는 물론이고 내 몸에 로션 바르는 일조차 귀찮다.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몸은 건조해지고 갈라지고. 그 후로 공들여 바디로션과 오일을 바르면서 관리는 해 보니 어느새 많이 회복되었다. 그런 내 몸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다정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나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남이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 대신, 내가 나에게 친절하길.


요가와 수영으로 근육을 지키고, 가벼운 산책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명치끝이 늘 답답하고 누르면 통증이 느껴졌다. 소화가 안 되고 뭄이 붓는다. 소화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고 배에 가스가 찬다. 이런 증세는 호흡으로 풀어줘야 한다. 몸의 순환은 결국 호흡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입을 다물고 깊게 들이마시면서 갈비뼈가 열리도록 한다. 후하고 날숨을 쉬면서 갈비뼈가 안으로 모이도록 한다. 이 호흡은 몸의 순환을 돕는다.


늘 명치가 답답한 사람의 표정과 몸의 순환이 순조로운 사람의 표정은 어떻게 다를까? 표정은 결국 내가 얼마나 몸을 돌보았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외출

가끔 밖에 나가면 햇빛을 쬐고 사람들이 공원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유심히 바라본다.

내가 히키코모리처럼 침대에만 처박혀 있는 시간에, 세상은 이렇게 평화롭고 여유 있는 한 축이 있구나.


사람 많은 곳은 여전히 불편하다.

마트도 가지 않는다.

백화점도 꺼려진다.

회사나 병원 말고는 굳이 힘들게 외출하려고 하지 않는다. 전에는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고 억지로 외출했다가 진이 다 빠져서 돌아와 뻗기를 반복했다. 이제 잘 안 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집에서 청소하거나 물건을 정리하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편한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퇴직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일부러라도 만드려고 한다. 그중에 하나가 식물을 키우는 일.

푸른 생명이 집안에 불러일으키는 생명럭을 소중히 여긴다. 무엇보다 향기로운 허브를 가득 키우고 싶다.


마음의 건강도 포트폴리오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무엇이든 주제를 잡아 글을 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꼭 작가가 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를 위한 메디테이션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를 하거나 뜨개질, 십자수 혹은 조깅이나 헬스 트레이닝 하는 시간도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는 명상이 될 수 있다.


고양이를 쓰다듬고 눈 맞추는 시간에 나는 순수하게 행복하다. 작은 생명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생긴다. 길가의 비둘기도 까마귀나 작은 참새를 만나도 반갑다. 그럴 때 나는 내 안의 생명에 대한 마음을 느낀다. 안녕하길 바라는 다정한 마음.



독립적 관계

나이 들수록 남에게 기대하거나 의지하려는 마음을 금지한다. 내 일은 내가 해결한다는 원칙으로 잘 모르거나 궁금한 것은 내가 직접 찾아보고 알아간다.

가끔 노인분들이 길에서 뭘 물어보는데, 허공에 대고 외치는 분들이 있다.

***가려면 어떻게 해?


나는 궁금하다.

저런 태도는 언제부터 어떻게 생긴 걸까?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데, 남에게 정중히 부탁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기피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가족과 얽히고설키지 않는다

감정적으로도 금전적으로 서로 진흙탕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리 부모고 형제라도 일정 나이가 되면 각자의 인생을 가는 거다.


그걸 구분하지 못하고 자꾸 선을 넘게 되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짐이 된다. 가족은 나에게 아무런 의무가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돌보고 가꾸어가야 한다. 내 인생은 온전히 내 선택과 책이 나에게 있을 뿐이다.


마흔이 넘어서도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은 치사하다. 노년이 되어 자식을 원망하는 마음은 초라하고 비루하다.

가족일수록 서로를 의무로 가두지 않고 각자의 삶을 존중한다.


규칙적인 일상

돈은 인생의 안전망이지만, 진짜 노년의 포트폴리오는 내가 매일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는 얼굴과 제세. 내가 되고 싶지 않은 할머니 모습 중에 하나가 돈은 많은데, 심술도 많아서 주변 사람들을 돈으로 컨트롤하려고 하는 캐릭터.


소설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부자 고모나 <빨간 머리 앤>의 마거릿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루틴을 지키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다. 운동, 독서, 글쓰기, 음악 그리고 동물과의 교감. 이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속도 최소한으로만 잡는다. 에너지도 이 시간을 위해 다 소진하지 않는다. 모든 일에 너무 최선을 다하지 않고 30%의 여력은 남긴다.


그 정도 여력이 남아 있어야,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을 생각할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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