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49. 라이프 리밸런싱

Less, but Better.

by Mira

언제부터 죽음을 생각해야 할까


나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어린 유년시절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이 모든 것이 결국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일찍부터 인생의 유한성을 환기시켜 주었다. 세상을 떠나는 동물들의 죽음은 그 감각을 더욱더 또렷하게 만든다.



죽음, 터부인가 아니면 해방인가


죽음을 터부시 하는 문화가 있다.

마치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오직 ‘삶’에만 집중하는 태도가 더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나는 내 존재의 유한성을 떠올릴 때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유한하기 때문에 생이 더 소중해지고, 쫄깃해진다.

모든 것이 영원하다면 과연 그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정기적 라이프 리밸런싱


‘죽음 준비’가 너무 무겁고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정기적인 라이프 리밸런싱이다. 나는 정기적으로 내 인생을 한 번씩 털어본다.

계좌별 투자 수익 점검은 기본, 옷장을 뒤집어 버릴 것과 나눌 것을 구분한다.

꽉 찬 서랍을 모두 비우고, 책장과 신발장도 같은 방식으로 점검한다.



수납가구 늘리지 않기


물건이 늘어나면 수납가구를 사는 대신, 물건 수를 줄인다.

넓은 공간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그곳은 허브향과 햇살로 채우고 싶다.

뜬금없이 물욕이 솟구칠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 죽으면 이건 누구한테?”


이 질문 덕분에 싼 물건을 막 사지 않게 된다.

제 값을 하는 물건을 신중하게 산다. 싸다고 신나게 샀다간 금방 질리고, 나눔 하기도 애매해진다.



관계도 미니멀리즘


관계는 물건만큼이나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항상 사람이 득실득실해야 행복한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사람을 상대하면 에너지가 쭉 빠진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스몰토크조차 버겁다. 소셜 니즈도 낮다.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하루에 최소 2시간은 필요하다.

나는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유한성의 의미


죽음에 대한 생각은 슬프거나 공포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나에게는 삶을 다시 선명하게 하는 리마인더다.

정기적으로 내 삶을 점검하고, 물건과 관계를 정리하며,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묻는 일 —

그것이 곧 나만의 죽음 준비이자, 삶을 더 촘촘하게 누리는 방법이다.


유한함이라는 조건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된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하고 양보하는 자세,

어차피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수용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고.

입에 먹을 것을 잔뜩 물고도 양손에 음식을 꽉 쥔 어린아이의 마음.

어린아이는 귀엽기라도 하지, 다 큰 어른이 이러면… 조금 피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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