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to Say Goodbye
50을 넘어서도
50을 넘어서도 회사를 다닐 수 있어서 고맙다.
하지만 54세의 내가 퇴직을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하고 미뤄버린다면, 그건 게으름이다.
지금 회사 분위기는 평화롭다.
여느 때처럼 실적을 모으고, 쓸데없는 일에 매달리고, AI가 정리한 자료를 또다시 취합한다.
2026년 사업계획서를 정성껏 만드는 시기다. 그런데 구조조정 없이 지주사에 보고만 한다?
그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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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두려움
나는 매일 생각한다.
내 시나리오대로 큰 탈 없이 진행된다면, 희망퇴직은 두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스스로 묻는다.
혹시 놓친 게 있지 않은지, 다른 각도에서 다시 봐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의 각도’가 중요하다.
사람은 서른이 넘으면 살던 대로, 생각하던 대로 굴러가려는 관성이 생긴다.
그 관성을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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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변화의 갈망
2015년, 나는 미칠 것 같았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고, 간절히 변화가 필요했다.
회사를 바꾸거나 커리어를 뒤집을 수 없다면, 나 자신이라도 바꿔야 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토대는 경제적 준비였다.
돌아보면 그 갈망이 내 운을 바꾸었다.
절대적 빈곤의 공포,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이
오히려 내 생각의 각도를 바꾸는 연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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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만약 지난 10년을 그 이전의 10년처럼 보냈더라면?
아마 지금도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터널에서 빠져나온 지금, 나는 안다.
아주 작은 각도의 차이가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각도를 살핀다.
노트 하나, 질문 하나, 관성 하나를 조금씩 비틀어 본다.
그 작은 비틀림이 쌓이면 길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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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다짐
나는 매일 출근길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
곧 떠날 곳에서 너무 에너지를 뺏기지 말고, 내 할 일에만 집중하자.
잘 풀리지 않는 업무, 크고 작은 갈등은
그 다짐 앞에서 작은 노이즈가 될 뿐이다.
사람들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내 시간을 30분이라도 확보하는 게 훨씬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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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와 얘기한다.
둘의 조화를 이룰 때, 나는 정신적으로 평화롭다.
조급함 대신 느긋한 마음이 들고,
쫓기는 듯한 불안이나 스스로 질책하는 목소리가 사라진다.
그런 마음으로 글쓰기에 몰입하는 시간을 즐긴다.
가끔 내 글이 세상에 아무 반응도 얻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오늘은 오늘의 문장과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