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리듬
나는 재미로 사주나 별자리에 대한 글을 읽곤 한다. 믿는다기보다 그 화려한 스토리 빌드업이나 그 세계 안에서의 논리 전개가 참 흥미롭다. 문학적이기도 하고 이렇게 블러핑을? 하며 그 대담함에 놀라기도 한다.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내 운이나 인생에 대해 상담하지는 않는다. 그럴 돈이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예쁜 양말을 사는 게 더 좋다.
그런데 분명히 ‘운’이라는 건 있더라.
어떤 일은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고, 어떤 일은 깊이 신경도 안 썼는데 내 앞으로 또르르 굴러오는 경우도 있다.
그걸 통산해 보면 나는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우선 한국에 1970년 태어났다는 것으로 게임 끝.
70년 일찍 태어났더라면 고생 고생 했을 텐데.
80, 90년대의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디지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경험했다는 것이 너무나 익사이팅하다.
2000년대의 스마트폰과 2025년, AI 전환시대를 살고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루지 못한 꿈이 못내 아쉽고 속상해도 불행하다는 생각은 없다. 나는 좋은 시기에 태어나면서 운을 많이 썼구나, 하면 그만.
유난히 일이 잘 안 풀리고 오해를 받고 공공의 적이 되는 상황이 오면, 납작 엎드려서 이 기운이 지나가길 바라며 다른 일에 집중한다.
매달려도 안 되는 일은 해도 해도 안 된다.
할수록 재미있는 일은 나름의 보상이 따른다. 자기만족이라든가 새로운 발견에 즐거움.
거센 태풍이 불 때 열사처럼 뛰어다닐 필요가 없다. 일이 잘 풀려서 괜히 사람들이 칭찬할 때 우쭐할 것도 없다. 가을이 돼서 수확을 맺는 것일 뿐. 또다시 다음 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사람들이 나를 찾으면 반갑게 맞이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방해받는 건 부담스럽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때 좀 심심하지만 내 일에 더 몰도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감정의 노이즈가 없는 알고리즘과 대화하는 시간은 달콤하다.
2025년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폭주하는 해였다. 그리고 20년 지기 친구부터 많은 지인들이 나를 떠나갔다. 멀리 이민을 가서나 마음이 돌아서거나, 서로의 민낯을 보고 실망하거나.
애써 그 인연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다. 그들의 생각과 스몰토크에 맞추는 대화를 할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홀가분하기도 한다.
가는 계절을 붙잡을 수없듯이 떠나가는 인연을 붙잡고 매달릴 필요 없다. 각자의 운과 역할이 끝난 것뿐이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분다고 해서 떠나버린 여름에 화를 낼 수는 없다. 바뀐 기온에 따라 시즌 옷도 샤핑하고 옷장 정리하면서 스타일링도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