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85. 생존을 위한 돈

머니 블루스

by Mira


퇴직으로 맞이하는 인생 후반전.

55세의 나는, 노후 로망을 이렇게 그려본다.


지금까지의 삶은 ‘생존’을 위한 돈벌이였다.

나는 원래 혼자 일해야 할 성격인데, 어쩌다 회사라는 조직에 발을 들였고 30년 가까이 버텨왔다.


월급쟁이의 삶은 안정적이지만 늘 비슷한 크기의 원 안에서 맴도는 느낌이었다. 업무보다 인관관계를 잘해야 하고 업무의 퀄리티 자체보다 직급 있는 사람의 말이 ‘정답’이 되어버리는 문화. 나보다 한참 어린 후배들도 찰떡 같이 적응해서 잘 다니는데, 나는 아직도 그런 게 불편하다.


내가 디자인 전공했지, (임원) 너가 했냐?

이런 분노의 멘트가 부글거린다.

내 일에 이래라저래라 하기 전에 너 일이나 똑바로 해.

왜들 그렇게 디자인 시안 앞에서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는지. 니 일에 내가 그러면 너는 기분이 좋아요?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구조.

늘 고만고만한 경제 규모 속에서 월급날만 바라보고 사는 월급쟁이. 물론 시급 알바도 하면서 자영업의 어려움은 또 다른 레벨이라는 것도 경험했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숨통이었다.


파바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차 안에서 흘러나오던 날,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 예금이 한 7천만 원 있어요.”

엄마는

“그래? 그런 돈은 그냥 두면 안 되는데…”

”그럼 뭘 해야 하는데요? “


예적금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주식 계좌는커녕, 주식을 어디서 사는 건지도 몰랐다.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

김수현이 ‘부동산은 끝났다.’ 고 해서

진짜 끝난 줄 알았지.

대출받으면 철컹철컹하는 줄 알았지


2015년, 마흔다섯의 가을.

씨드머니 7천만 원으로 시작한 투자.

그 이후의 과정은 눈물 없이 말하기 어렵다.

실패, 후회와 불안, 불면의 밤들

그리고 다시 시작.

그 정도 피맛을 봤으면 포기했을 만도 한데, 오기가 생겨버렸을까? 나는 조용히 나만의 투자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2025년, 오십오 세의 가을.

이제 나는 ‘경제적 자유’를 기반으로 퇴직 이후의 삶을 디자인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는 근로소득이 끊긴 이후

내 삶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방파제다.


동시에 잘 안다.

돈만으로는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걸.

행복에는 속도와 의미, 그리고 나만의 리듬이 필요하다는 것도.


젊을 땐 디스크와 우울증, 불면증으로 고생했고

몸에 맞지 않는 월급쟁이 생활 속에서 ‘화’가 쌓였다.

이제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싶다.


글쓰기.

경제적 자유를 넘어,

시간과 정신의 자유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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