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86. 의미를 위한 돈

Where My Heart Spends

by Mira


고전 비극의 플롯


1억을 모으면 10억을 모아야 할 것 같고,

10억을 모으면 100억을 생각하며 아득해진다.

욕심은 그런 제곱의 관성을 끌어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모은 돈을 써볼 시간도 없이

생이 끝난다.


이런 플롯은

그리스 희극이나 셰익스피어 비극의 단골 모티브다.

원하는 걸 다 얻었는데,

단 한 가지를 채우지 못한 부자의 허기.


자산은 자산을 레버리지 삼아 성장한다.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이 모이면

그다음부터는 레버리지와 운이 이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운을 기대할 만큼

전생에 그렇게 좋은 일을 했던가?’

양심껏 바래야지.


약한 자들의 가련함


사람이 살기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버려지는 건

가장 약한 존재들이다.

거리를 헤매는 개들의 황망한 눈빛,

가늘고 슬픈 고양이들의 울음.


어느 날 나를 따라오던 하얀 개의 눈빛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언뜻 보면 염소 같은 믹스견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따라왔다.


내가 손짓하면 잠시 멈추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또 따라오던

나는 그 눈빛이 하는 말을 거부할 수없었다.


아르바이트로 지내던 시절이라

사료를 살 형편이 안되었다.

마감하던 포장마차에서 순대 간을 얻어다 주거나

1,000원짜리 분홍 소시지 한 줄로 1주일을 먹였다.



이제는 돈으로 사료를 실컷 사고,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양가 높은 사료와 간식을 무한으로 줄 수 있다.


세상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 많다.

그중 유난히 내 마음을 잡아끄는 건

유기동물과 자립 청년들이다.


부모의 보호가 끝나는 열아홉 살,

보증금 500만 원 들고

세상으로 나가는 아이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돈보다 ‘관계’다.

세상에 믿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좀 힐이 되지 않을까?


유기동물 보호소에 자립 청년들이 참여하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서로를 돌보는 경험.


아이들은 그곳에서

바리스타나 파티시에로 일하고

동물들은 따뜻한 돌봄을 받는다.


여유가 되는 아이들은 입양으로,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봉사로 사랑을 표현하면 된다.

수의과에 진학하는 아이들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그들의 봉사로 동물들이 건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돈을 쓰는 곳에

내 인생의 사랑과 의미가 있다.


남은 생의 목표는

더 큰 수익과 함께

돌봄의 순환시스템을 만드는 것.


지난 10년이 ‘경제적 자유’를 위한 여정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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