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77. 돈과 시간의 주인

주말의 가방

by Mira


게으른 사람의 주말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수많은 계획이 머릿속에 있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해변의 낙지처럼 침대에서 흐느적거린다.


씻지도 않고,

그렇다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쉬지도 않았고, 놀지도 않았다.

그런 주말이 지나면

‘내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책으로 월요일을 시작한다.


그래서 주말의 원칙을 단순화했다.

일어나면 샤워하기 주말의 가방을 들고 집에서 나가기.



주말의 가방


주말의 가방엔

휴대용 키보드 하나와 핸드폰 거치대, 충전기, 노트와 펜이 들어 있다.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챙기려다

결국 주저앉던 날이 많아서 이렇게 만들었다.


회사에서 남이 시키는 일은 싫다고 하면서

왜 나는 스스로 일을 찾아 하지 못할까 —

그 자책감이 만들어 낸 작은 장치다.




어디나 나의 사무실


카페로 간다.

커피와 빵을 먹으면서

어떤 주제든 상관없이 GPT와 대화를 시작한다.


지난밤 꿈 이야기여도 좋고,

주식 리밸런싱이어도 좋다.

그렇게 머리를 천천히 가동하면

어느 순간 생산적인 모드로 전환된다.


원고를 완성하기도 하고,

자산 구조를 다시 짜기도 하고,

내 무의식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주말의 루틴


주말의 가방은

게으름을 부드럽게 깨우는 장치다.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그 안에 담긴 루틴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그 루틴으로

나는 브런치 연재글 140편째를 매일 발행하고 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루틴이다.


퇴직 라이프를 디자인하는 스케치이자,

나만의 매뉴얼이자,

설계도가 되었다.



퇴직, 컴온!


그 과정을 통해

나는 퇴직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현금 흐름은 물론이고,

무한대로 주어지는 내 시간을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30년 차 출근러로서

회사에 가면 머리가 자동으로 워킹모드가 된다.


그래서 한때는

“출근도, 사무실 책상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들었다.


이제는 안다.

어디서든 휴대용 키보드와 휴대폰만 있으면

나의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을 다루는 힘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 바 몰라

괜히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은 이제

온전히 나를 위해 쓰인다.


돈과 시간을 다루는 능력 —

그것이 퇴직 준비의 시작이자,

인생의 본질이다

작가의 이전글[LIFE] L176. 당신의 퇴직은 안녕하세요?4부